그룹측 “현금전환 안해…불법 요소 전혀 없다”
탈세와 편법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두 자녀에게 수백억원대의 무기명 채권을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두 자녀는 이 채권을 현금화해 그룹 지분을 사들이고 부동산 투자에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무기명 채권으로 관리한 500억여원을 장녀 경후씨와 차남 선호씨에게 각각 나눠 증여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무기명 채권을 두 자녀에게 증여한 것은 맞다”며 “무기명 채권 자체가 자금의 출처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권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증여세 납부와 관련이 없다”며 편법 여지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룹측은 정확한 증여 시기와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이 회장의 두 자녀는 이 채권을 현금화해 CJ와 CJ제일제당 등 주식을 사들이고, 빌딩과 빌라를 구입하는 데 일부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녀 경후씨는 현재 CJ 3만7천485주(지분율 0.13%), CJ제일제당 2만2천15주(지분율 0.15%), CJ E&M 10만5천107주(지분율 0.28%), CJ파워캐스트 12만주(지분율 12%) 등을 보유하고 있다.
차남 선호씨는 CJ E&M 26만4천984주(지분율 0.7%), CJ파워캐스트 24만주(지분율 24%) 등을 소유하고 있다.
또 두 남매는 2009년 가로수길에 지하 2층·지상 6층의 빌딩을 170억원에 사들였다.
경후씨가 2010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로부터 장충동 빌라를 매입할 때에도 이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빌라의 등기부등본상 매매가는 38억원이다.
서미갤러리는 CJ그룹이 해외 고가의 그림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 핵심 역할을 했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CJ그룹 해외 비자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회장이 2006년께 무기명 채권으로 관리하는 비자금 500여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두 자녀에게 증여,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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