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Health Issue] 수술실 멸균


국내 수술 감염의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나 적절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수술 감염 문제를 지적하는 우진하 대한수술간호사회 회장.
① 수술 감염이란.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3대 감염으로 꼽히는 수술 감염은 수술 과정에서 병원균이 환자의 몸에 침범해 발생하는 감염으로, 관리만 철저히 해도 9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실제로 수술에서 제대로 멸균되지 않은 기구를 사용할 경우 이를 매개로 치명적인 감염균이 절개된 피부나 근육, 근육막 또는 세포에 감염돼 염증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② 우리나라의 수술 감염 실태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체 병원 감염 사례 중 수술 감염이 65.5%로 가장 많았다. 다른 병원 내 감염 사례를 모두 합쳐도 수술로 인한 감염 사례보다 적다. 특히 척추수술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사례 중 ‘신경 및 조직 손상’에 이어 가장 많은 것이 ‘감염’으로 인한 피해(18.7%)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피해 사례를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지 않고 있어 감염 관련 통계 자체가 매우 부실하고 부정확하다는 사실이다.
③ 특별히 수술 감염에 취약한 계층이 따로 있나.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 환자나 비만한 환자, 당뇨 환자 등이 상대적으로 감염에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병원 등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수술 기구를 멸균도 하지 않고 대충 소독해 재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멸균 관리가 허술한 병원에서 복강경 및 관절경 수술을 할 경우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④ 무엇이 문제인가.
현장에서 반드시 멸균해야 하는 수술기구 중에 적지 않은 수술기구가 멸균보다 낮은 수준의 소독만을 거쳐 다시 수술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제대로 멸균되지 않은 수술기구를 통한 감염은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며, 최악의 경우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사실 중소 병원의 경우 멸균에 드는 비용과 인력 부담 때문에 이를 허술하게 여기는 곳이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멸균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일원화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물론 정부에서 정기적인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아 수술실이 감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⑤ 왜 개선되지 않는다고 보는가.
수술실 멸균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원화된 지침이 없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현재 4년마다 진행되는 병원 인증평가에서도 멸균 여부만 확인할 뿐 정확한 멸균 방법을 적용해 제대로 멸균하고 있는지는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비용에 민감한 일부 중소 병원들은 관리 인력도 확보하지 않은 채 멸균해서 사용해야 하는 수술기구를 소독만 해서 재사용하는가 하면 소독 용액조차 부적절한 것을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감염 사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⑥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관리하나.
미국은 이미 1970년부터 병원감염감시체계에서 수술 부위 감염을 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병원이 자발적으로 국가의료안전관리네트워크(NHSN)에 보고한 의료 감염 현황은 질병관리통제센터(CDC)에서 국가 데이터베이스로 통합·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1997년 전국적인 수술 부위 감염 감시를 시작했는데 특히 2004년부터는 영국 보건국이 나서 고관절·슬관절치환술 등 정형외과 수술은 의무적으로, 다른 수술은 자발적으로 수술 부위 감염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⑦ 수술 감염에 따른 환자 피해 구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일단 감염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병원이 원인을 감추거나 환자에게 전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주요 질환별로 동일한 수술임에도 병원별로 입원일수가 천차만별이고 항생제 사용량도 큰 차이가 나는데 이게 대부분 멸균 및 감염 관리와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감염으로 추가 발생하는 비용을 대부분 환자에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⑧ 개선할 방안은 없나.
모든 의료기기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기기의 특성을 고려해 권장하는 멸균 방법이 있다. 어떤 수술기구는 고온 멸균을, 어떤 수술기구는 저온 멸균을 해야 하는 등 의료기기마다 특성을 감안한 멸균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수술기구들을 특성에 맞게 완벽하게 멸균해 사용하려면 정부가 구체적이고 일원화된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선에서 수술기구를 제대로 멸균해 사용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⑨ 정책상의 문제도 짚어 달라.
작년에 대한수술간호사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질병관리본부가 현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의 준수 여부를 살필 감시 방법도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4년마다 진행되는 의료기관 인증평가 항목에 각 수술기구의 특성에 맞는 명확한 멸균 지침을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세계에서도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이 감염 관리에 지불하는 비용이 후진국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선 병원에 지불하는 감염 관리 비용이 거의 제로 상태여서 아무리 감염 관리를 외쳐도 병원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심평원은 감염 감소가 전체적인 의료비 절감 대책임을 인식해 수술 감염 예방에 필요한 비용을 우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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