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국립극장서 ‘lull~유영’
불교 의례 권위자 인묵 스님 출연우리나라 3대 성악 중 하나 ‘범패’
전자음악 사운드 조합해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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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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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l~유영’을 함께 만드는 인묵(가운데) 스님과 모듈라서울의 아티스트 안효주(왼쪽), 임용주가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의 한 연습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제공
오는 1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lull~유영’(럴 유영)은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는 음악인 범패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풀어내는 무대다. 범패는 절에서 재(齋)를 올릴 때 읊는 소리로 규칙적인 장단이나 관현악 반주 없이 사람의 목소리가 범종처럼 그윽한 멋을 내는 음악이다. 삼국시대부터 역사를 이어오면서 가곡, 판소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성악곡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 불교계 대표로 오르는 이는 대한불교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이다. 어산(魚山)은 범패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인묵 스님은 불교 의례의식의 최고 권위자다.
국립극장 여름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승려의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을 앞두고 최근 만난 인묵 스님은 “불교 전통의식 안의 가(歌), 무(舞), 악(樂)이 국악으로서도 역사가 깊은데 이번 기회에 그 기원을 알려 드릴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설레기도, 조심스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2017년 어산어장에 임명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홍보를 고민해 왔기에 주변의 우려에도 용기를 냈다. 일반 관객과 만나면서 불교의례의 대표곡인 ‘연향게’와 ‘복청게’를 골랐다. 연향게는 모든 의식의 처음에 향을 태워 올릴 때 향을 찬탄하는 곡, 복청게는 범패 소리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다.
인묵 스님은 “범패는 깊은 산속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범종 소리처럼 시끄러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한 세계로 젖게 하는 매력이 있다”면서 “낯설고 어려운 범패보다는 함께 느끼고 감상하는 범패로 다가가겠다. 생소하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불교의례 전승·보전은 이을 승려들이 적어서 앞으로 힘들겠지만 이렇게 공연을 통해 범패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면 전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묵 스님과 함께 오르는 모듈라서울이 불교 음악에 쓰이는 불전사물(범종, 목어, 법고, 운판)을 전자음악으로 바꿨다. 네 명의 전자음악가가 각 전자악기를 통해 불전사물의 새로운 음악적 해석을 시도한다.
범종 소리를 담당하는 임용주는 “실제 사찰에서 볼 수 있는 불전사물에 비해 귀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전자음악적으로 재해석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목어 소리를 맡은 안효주는 “음악인들조차 불전사물의 의미와 범패를 잘 알지 못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대중들이 조금 더 범패를 알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3-07-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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