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목숨 태우는 여객선 음주단속 ‘사각지대’

수백명 목숨 태우는 여객선 음주단속 ‘사각지대’

입력 2014-04-25 00:00
수정 2014-04-25 16:1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2008년∼2013년 6월 여객선 음주 운항 적발 3건출동한 해경 경비정에 주류 보관해 ‘주의’ 조치 받은 적도

수백 명의 목숨을 태우는 여객선이 음주단속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인천해경에 따르면 음주 운항 적발은 해상에서 의심 또는 신고 선박에 대해 단속을 하거나 입항하는 선박에 대해 단속을 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에 침몰사고가 난 ‘세월호’와 같은 큰 여객선의 경우 해상에서 배를 멈추고 경비정이 접근해 음주단속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어선이나 낚시 어선(놀잇배)은 배의 운항이 불안정해 보이는 등 의심이 들면 해경이 출동해 배를 가까이 붙인 뒤 바다 위에서 단속하지만 카페리의 경우 워낙 크고 운항시간이 정해져 있어 해상 단속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객선 대상 해경의 음주 단속 적발 실적은 거의 없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때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2008년∼2013년 6월 음주 선박 적발내역’을 보면 5년 반 동안 음주 운항으로 적발된 여객선은 겨우 3건에 그쳤다.

화물선, 어선, 낚시 어선 등 전체 선박 적발 건수(649건)에 비해 1%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실상에 여객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은 출입항 때 보다 철저한 음주단속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 주민 김준영(43)씨는 “여객선을 수시로 타는데 음주단속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뱃사람들이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속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여행객 이모(28·여)씨는 “인천에서 제주도나 중국 등지로 밤샘 운항을 하는 대형 여객선에서는 선장, 선원들이 술을 마신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승객들의 불안을 없애주기 위해서라도 음주 단속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 국감 자료에 따르면 해양 음주 사고를 감독하는 해경이 오히려 출동 경비정에 주류를 보관해 적발된 적도 있었다.

2012년 12월 해양경찰관 5명이 경비정에 주류를 반입해 보관하다가 적발됐지만 주의 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한편 육상 경찰은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을 앞둔 학교에서 교통안전교육을 요청하면 현장에 나와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음주단속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양주시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현장체험학습 출발 전 버스기사가 전날 과음하고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대를 잡으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