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스페인 국민들, 총리에 분노 폭발

’구제금융’ 스페인 국민들, 총리에 분노 폭발

입력 2012-06-11 00:00
수정 2012-06-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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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에 발표 떠넘기고…유로2012 관람차 폴란드행

스페인이 유로존 17개국 중 4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대해 스페인 국민들이 정부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향해 분노와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긴축조치가 지난 6개월 동안 진행되고 최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는 설상가상으로 스페인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크게 훼손한 탓이다.

많은 이들은 정부의 대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것이 스페인 혹은 유로의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공무원인 루이사 사라구렌(44)은 “이것은 분명한 수치”라며 “이번 구제금융은 분명히 예견된 것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시민은 “그들은 언제나 실업자나 은행의 대출 기피자들을 구제하게 될까?”라는 트윗을 날렸다.

특히 스페인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9일의 구제금융 수용 발표를 장관에게 떠넘기고 10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스페인-이탈리아 간 경기 관람을 위해 폴란드로 날아간 라호이 총리에 대해 비난을 토해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지난 9일 유로존 재무장관의 긴급 전화회의 후 은행 분야에 필요한 구제금융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라호이 총리는 귄도스 장관을 ‘사선’으로 몰아넣고는 그 다음 날에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서 구제금융 수용 배경 등을 설명했다. 이 일로 라호이 총리에게는 ‘겁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라호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구제금융 이후에도 올해 침체할 대로 침체한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라호이 총리는 이미 스페인의 모든 언론이 구제금융 수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구제금융”이란 단어를 피하고 대신 “어제 일어난 일”이라고 언급했다.

아일랜드와 그리스, 포르투갈에서 나타났듯 구제금융이란 말에는 모욕적인 협상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유럽 측 관리들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라호이 총리는 이 회견 후 1시간 만에 폴란드로 가 유로2012 경기를 관람했고, 스페인이 동점골을 넣었을 때는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총리의 회견을 시청한 초등학교 교사 페드로 아란스는 지난 2008년 부동산 시장 붕괴 후 은행 지원을 위해 정부가 180억 유로를 쏟아넣은 사실을 지적하고는 “이번 구제금융의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스페인 국민들이나 학자들은 스페인의 재정 위기가 사실 그리스식의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는 달리 부동산 거품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은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 고스란히 대출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고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지난 4년 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스페인 전문가인 폴 프레스턴 런던정경대(LSE) 역사학 교수는 “지난 20년간 스페인에서 나타난 소비 행태를 납득할 수가 없다”며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소비 붐을 즐겼고, 이제는 모든 이들이 이를 갚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축구 관람을 위해 폴란드에 간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라호이 총리는 “2시간만 머문뒤 돌아올 것이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은 대우를 받을만하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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