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무 “은행 구제는 첫 조치”…로이드 “은행 연명일 뿐”
스페인이 은행 구제 금융 신청을 밝혀 급한 불은 껐지만 결국 스페인 자체에 대한 구제가 불가피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1일 보도했다.저널은 스페인이 최대 1천억 유로(146조 원 이상)의 은행 구제금을 받는다고 해도 스페인에 대한 자금시장 우려를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제 관심은 ‘스페인이 구제받을 것인가’라는 더 큰 문제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아즈미 준 (安住淳) 일본 재무상은 스페인의 은행 구제 신청이 “사태 안정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의미 있는 첫 조치”라고 여운을 남겼다.
소시에테 제너럴의 홍콩 소재 금리 전략가도 저널에 “스페인의 구제 신청을 시장이 기다려왔다”면서 “그렇게 함으로써 위기가 (다른 유로국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스페인이 이미 외국 투자자의 ‘구제’를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앞서 올해 차입해야 하는 자금이 860억 유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금시장에서 확보한 규모는 480억 유로에 불과하다고 저널은 집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구제를 요청키로 한 것은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묵시적으로 시인한 것이라고 저널은 해석했다.
스페인의 구제 신청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6.7% 수준까지 치솟았던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 8일 6.25%로 낮아져 단기적 개선 조짐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의 런던 소재 유럽 금리 전략 책임자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스페인 은행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스페인 국채를 사려는 측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저널은 지난 몇 달간 외국 자본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스페인 은행이 자국 국채를 주로 해왔으나 이들마저 구제받기에 이르렀음을 상기시켰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가 결국은 스페인의 재정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면서 문제는 ‘이제 은행이 구제받으니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시장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을 앞세운 사실상의 스페인 구제 착수가 ‘언 발의 오줌 누기’란 지적도 많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이달 초 나온 RBS 보고서를 인용해 스페인이 2014년 말까지 차환해야 하는 국채가 1천550억 유로라고 전했다.
이것 외에 같은 기간에 재정 충당에도 1천21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스페인 은행자본 보강에도 1천340억-1천800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 삭스의 시니어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스페인 은행 구제가 긍정적인 단기 조치일 뿐”이라면서 “스페인의 전반적인 재정과 거시경제적 도전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스페인 은행과 경제 상황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와 스페인 정부가 월가에 의뢰한 분석이 곧 나오는 점을 상기시켰다.
블룸버그는 1천억 유로의 은행 구제가 스페인에 대한 전반적 우려를 진정시킬 수 있겠느냐는 점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로이드 뱅킹 그룹의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조치를 “가벼운 구제(bailout lite)”라고 표현하면서 “이것이 여전히 치료보다는 예방 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을 보강해) 실질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은행이 살아있도록 하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저널은 EU가 스페인 은행 구제와 관련해 재정과 구조 개혁에 ‘새로운 조건이 붙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과연 이것이 시장에 먹혀들 것이냐는 점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지난 9일 은행이 구제받는다고 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