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클럽 러브콜 쇄도하고…최악의 시즌에 우울하고…
유럽축구 시즌은 끝났지만 짜릿하고 설레는 선수 영입전은 이제 시작이다. 구단은 야무지게 주판알을 튕기고, 선수는 성공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몸값을 끌어올린다. 시즌을 마친 해외파의 이적설도 더욱 파다하다. 선수들은 행복한 고민과 씁쓸한 걱정 사이 어디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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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도 더 큰 도전을 원한다. 지난해 2월 볼프스부르크에서 임대된 그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1부 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발목 인대 부상으로 두 달의 공백이 있었지만 10라운드 복귀 이후 3골 2어시스트로 쏠쏠하게 힘을 보탰다.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야 하지만 눈독을 들이는 구단이 많다. 구자철은 “여러 팀에서 구체적인, 적극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3년간 강등권 팀에서 뛰었는데 그동안과는 다른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덜랜드(잉글랜드)에서 임대돼 구자철과 한솥밥을 먹은 지동원(22)도 분데스리가 잔류를 원하고 있다. 지난 1월 임대된 직후엔 감각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4월 이후에만 4골을 퍼부으며 1부 리그 잔류에 일등공신이 됐다. 선덜랜드로 돌아갈 시간이지만, 독일팀 두세 곳에서 영입의사를 밝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유럽 축구매체들은 “아우크스부르크가 선덜랜드에 이적료 250만 파운드(약 43억원)를 주고 지동원을 데려올 것”이라는 구체적인 보도도 냈다.
기성용(24·스완지시티) 역시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세 시즌을 뛴 덕분인지 연착륙했다.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세트피스를 전담했고, 경기 조율 능력과 중거리포까지 겸비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새 시즌에도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보경(24·카디프시티)에게도 완벽한 시즌이었다. ‘밑지는 장사’라는 시선을 딛고 잉글랜드 2부 리그와 계약한 뒤 보란 듯이 승격을 이끌었다. 터프한 축구스타일과 자율적인 훈련문화에 적응했고 영어도 익혔다. 시즌 마지막 8경기에 연속 선발출전하는 등 ‘포스트 박지성’의 면모를 마음껏 뽐냈다. EPL 승격을 주도한 만큼 새 시즌 주전경쟁에서 앞서 있다.
반면 맨유를 떠나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 새 둥지를 튼 ‘산소탱크’ 박지성(32)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전폭적인 신임 속에 주장으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개막 후 7무9패로 바닥을 찍어 일찌감치 꼴찌를 예감했다. 감독이 경질되는 난리 속에 주장 완장을 벗고 벤치에 주저앉았다. 올 시즌 25경기 출전에 득점 없이 4도움. 팀도 챔피언십으로 강등돼 이적이 불가피하다. 겨울에 이적한 같은 팀 윤석영(23)은 데뷔전도 못 치렀다.
박지성과 ‘쌍박’으로 위용을 떨쳤던 박주영(28·셀타비고)도 암울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지만 스페인 무대에서 고작 4골(21경기)을 넣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 원소속팀 아스널의 방출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미래가 불투명하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5-2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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