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서경찰서장 증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 수서경찰서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 직원이 사건을 총괄하는 수서서장에게 10여차례 전화한 사실도 확인됐다.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현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은 “김 전 청장 전화를 받고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한 것은 맞다”고 진술했다. 이 전 서장에 따르면 영장 신청 보류 지시를 한 인물은 김 전 청장, 서울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 등이다. 이 전 서장은 “김 전 청장 등은 우리가 살기 위해 조직을 죽일 수는 없다고 판단해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서울 강남 지역을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 신모씨와 지난해 12월 12~16일 10여 차례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전 서장은 “신씨가 ‘자기가 곤란하니 부탁한다’면서 경찰 수사상황을 계속 물어왔다”면서 “이번 사안은 국정조사나 특검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인데 나중에 경찰 통화내역까지도 조사하면 우리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사전에 텍스트 파일을 받아 구글링을 했더라면 16일 보도자료와 17일 발표처럼 했겠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3-09-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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