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향이 더 가까워진 느낌”…귀성객으로 북적인 동해선

[르포]“고향이 더 가까워진 느낌”…귀성객으로 북적인 동해선

민경석 기자
민경석 기자
입력 2025-01-28 17:56
수정 2025-01-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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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타고 귀성해보니…“눈 와도 운전 걱정 없어”
동해안 풍경에 승객들 탄성…‘기차 여행’ 시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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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 나흘째인 28일 낮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귀성객들이 동해선 강릉행 누리로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5. 01. 28. 민경석 기자
설 명절 연휴 나흘째인 28일 낮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귀성객들이 동해선 강릉행 누리로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5. 01. 28. 민경석 기자


“눈이 많이 와서 난리라는데,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가게 돼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28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이곳에서 만난 김원홍(55)씨는 고향인 강릉까지 가는 누리로 열차를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절 때면 대구에서 고향까지 5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 해서 부담이 됐었는데, 이제는 남들처럼 기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동대구역은 이른 아침부터 연휴를 맞아 고향에 오거나, 고향으로 떠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특히, 동해선 개통 후 처음 맞은 명절이라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가족, 친지들과 통화를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허리가 끊긴 듯 단절돼 있던 동해안의 철도망 완성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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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북 영덕 고래불역 인근을 지나는 동해선 누리로 열차에서 바라본 동해안 풍경. 2025. 01. 28. 민경석 기자
28일 오후 경북 영덕 고래불역 인근을 지나는 동해선 누리로 열차에서 바라본 동해안 풍경. 2025. 01. 28. 민경석 기자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던 박모(58)씨는 “이번 설에는 동해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만나러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면서 “돌아올 때 운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기쁘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14분쯤 강릉행 누리로 열차가 출발하자 일부 승객들은 일행과 함께 설레는 듯 “이제 출발한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한 승객은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여행가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열차가 반복되는 터널 구간을 지나 동해안으로 접어들자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지면서 승객들의 입에선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승객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창밖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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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북 울진 기성역 인근을 지나는 동해선 누리로 열차에서 바라본 동해안 풍경. 2025. 01. 28. 민경석 기자
28일 오후 경북 울진 기성역 인근을 지나는 동해선 누리로 열차에서 바라본 동해안 풍경. 2025. 01. 28. 민경석 기자


울진이 고향이라는 김형민(33)씨는 “명절에는 아무래도 평소보다 차가 더 막힐 것 같아서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항상 멀게만 느껴지던 고향에 차량정체 없이 가게 돼 심리적으로도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휴를 맞아 ‘기차 여행’을 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좌석을 돌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박서윤(여·23)씨는 “연휴에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몇주 전 설 귀성열차를 예매할 때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며 “대학 졸업을 앞둔 만큼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올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KTX 등 고속열차에 비해 느린 속도가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장모(40)씨는 “명절처럼 차량 통행량이 많을 땐 기차를 이용하는 게 더 빠르겠지만 평소엔 차로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여 아쉽다”면서 “사람들이 노선을 많이 이용하려면 좀 더 빠른 열차도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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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경북 울진역에서 동해선 누리로 열차로 고향에 도착한 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2025. 01. 28. 민경석 기자
28일 오후 경북 울진역에서 동해선 누리로 열차로 고향에 도착한 승객들이 하차하고 있다. 2025. 01. 28.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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