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조직과 동일성 없는 별개의 단체 구성돼야 적용”
기존에 구성돼 있던 폭력조직의 두목을 새로 맡은 경우에는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심모(47)씨 등 폭력조직 당진식구파 두목과 부두목, 행동대장 등 5명에 대해 단체 등 구성·활동 부분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씨 등은 심씨가 살인죄로 복역하다 잠시 귀휴했던 2007년 6월 21일 조직원 40여명과 함께 모여 심씨를 두목으로 하는 새로운 폭력조직 당진식구파를 구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1심 재판부는 심씨 귀휴일을 기점으로 조직의 체계가 잡히면서 조직의 확장과 과시를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면서 공동폭행이나 공갈 등 혐의와 함께 단체 등 구성·활동 혐의도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와해된 조직을 재건하는 경우 등과 같이 기존 조직과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조직으로 인정될 정도가 아니라면 범죄단체 구성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심씨의 귀휴일을 전후해 기존에 유지돼온 조직의 구성원이나 그 수, 행위의 질적인 측면 등에 변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이상 새로운 범죄단체가 구성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 무죄를 판단했다.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당진식구파 조직원들로 구성된 다른 이름의 조직이 활동해 왔고 심씨가 두목을 맡기 전에는 함께 기소된 강모(42·부두목)씨가 두목이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당진식구파는 새로운 범죄단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당진식구파 조직원들이 2009년 4월 27일 충남 태안에서 열린 가로림 조력발전소 건립 주민공청회에 주민 출입을 막기 위해 동원된 것과 관련해서도 “이권 개입을 위한 것이었다거나 위세를 과시하며 주민과 대치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범죄단체의 존속·유지 등을 위한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이 조직폭력배로서 유흥업주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 심씨 등 3명에 대해 징역 2년 또는 2년6월(1심 형량 징역 4∼6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같은 항소심 판단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들 모두 불복해 상고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심씨 등 15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심씨 등은 “공동폭행 등은 일부 인정하지만 심씨 귀휴일을 전후해 조직의 본질적인 부분에 변화가 없으므로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