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주민들 “윤창중 얼굴 찍기 경쟁 지나쳐”
미국에서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1주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도 그의 행방을 쫓는 기자들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얼굴을 찍기 위한 언론사 간 경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변인이 잠적한 지 8일째인 19일 오전 그가 사는 김포 아파트 앞에는 공중파·종합편성채널 방송사와 보도전문채널 카메라 4∼5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사진 기자 몇 명도 눈에 띄었다.
일부는 아파트 1층 출입문 앞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포함한 나머지는 김 전 대변인 자택 현관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지난 11일 기자회견 이후 자택으로 들어간 윤 전 대변인이 집 밖으로 나오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일명 ‘뻗치기’를 하는 것이다.
종편 방송사와 보도전문채널은 서로 시간대를 나눠 윤 전 대변인의 자택 앞을 지키고 있다. 일부 중앙 일간지 기자와 통신사 기자도 1주일 넘게 윤 전 대변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한 언론사 간 과열 경쟁으로 윤 전 대변인과 그의 가족들은 사실상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잠적 4일째인 지난 15일에는 윤 전 대변인의 아파트 베란다 창문이 신문지로 가려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집 내부를 찍으려는 사진 기자들의 취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의 부인 이모씨는 지난 16일 낮 12시 30분께 자택을 나서다가 현관문 앞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이자 오열을 하는 등 지치고 불안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들의 윤 전 대변인 자택 취재가 1주일 넘게 계속되자 취재 경쟁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전 대변인의 김포 자택 앞에서 만난 주민 최모(49)씨는 “미국에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모습을 드러냈는데 왜 이렇게 얼굴을 찍기 위한 언론사 경쟁이 치열한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다른 김포 주민 이모(42·여)씨는 “윤 전 대변인과 같은 동네에서 산다는 게 망신스럽다”면서도 “기자들이 집 앞을 지키는 탓에 윤 전 대변인이 모습을 감춰 경찰 조사가 더 늦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기자들도 피로감을 호소한다. 윤 전 대변인이 나오기만을 온종일 기다리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뻗치기’는 당분간 불가피한 형편이다.
윤 전 대변인 자택 현관 앞에서 만난 한 방송사 기자는 “윤 전 대변인보다 그 가족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어 기자로서 안타깝다”며 “사안이 크다 보니 언론사끼리 과열 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이 하루빨리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 주민 강모(59)씨는 “기자회견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의 사실 관계가 다르다는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윤 씨가 빨리 모습을 드러내고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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