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산누출 올해만 4번째…“불안해서 못살겠다”

경기 불산누출 올해만 4번째…“불안해서 못살겠다”

입력 2013-05-18 00:00
수정 2013-05-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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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 대피명령 못 들어

’1월 28일, 5월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5월 6일 시흥 시화공단, 그리고 18일 오전 시흥 정왕동 아파트 단지 앞 도로’.

지난 5개월간 경기도 내 불산 유·누출 사고만 벌써 4차례다.

특히 이번 사고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발생해 주민들이 온종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8시 42분께 시흥시 정왕동 무진아파트 앞 도로에서 화물차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가 넘어져 불산 40여ℓ(소방 추산)가 유출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7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 “불산, 불산, 불산!…경기도 올해만 4번째”

지난 1월 5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 배관교체 작업 중에 불산 2∼10ℓ가 누출돼 협력업체 STI 서비스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사고 사실을 발생 15시간이 넘어 경기도청과 경찰, 소방당국의 확인 요청이 들어온 뒤에야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대기업에서조차 유해물질을 이렇게 관리하는 데 무서워서 살겠냐’며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3개월 만에 같은 작업장에서 불산이 또 누출돼 작업자 3명이 다치자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어 지난 6일 오전 7시 20∼25분께에는 시흥시 시화공단 내 J사 옥외 불산탱크 주변 펌프에서 50∼55% 미만 농도의 불산 희석액 100여ℓ가 흘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기도에서 연달아 사고가 나면서 ‘불산 공포’가 확산됐다.

◇ 주민공포 극에 달해…일부주민 대피방송 못들어

경찰과 소방당국, 시흥시는 이날 사고가 접수된 지 30여분 만에 인근 아파트 주민의 외출을 통제하고 대피 방송을 했다.

경찰은 인력 50여명 순찰차 등 20여대를 현장에 배치해 주민 통행을 통제했다.

시흥시는 무진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협조해 ‘사회복지관으로 대피하거나 창문을 모두 닫고 외출을 삼가라’는 안내 방송을 15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상에서 주민들의 걱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전재식(51)씨는 “아침 10시 정도에 시흥 재난본부에서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가게 문을 닫았다. 사고가 빨리 정리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왕동 거주자라고 밝힌 ‘데이**’라는 네티즌은 “아파트 옆 도로에 트럭이 전복됐다는데 밖에 나갈 일이 있어 걱정된다”라고, 또 다른 네티즌 ‘kin4***’은 “집 바로 옆에서 불산이 유출됐다. 호흡기에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남겼다.

대피방송을 듣지 못한 일부 주민은 집안에서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무진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불산유출 소식을 뉴스 보고 알았다. 베란다 문만 닫으라고 하고 자세히 말도 해주지 않는다. 밖에서만 확성기에 대고 말하고 있어 불법주차 단속 나온 줄 알았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몇몇 가정 스피커가 노후화돼서 방송되지 않거나 미세하게 들린 걸로 안다”며 “사고 인접한 아파트 단지에는 집집이 벨을 누르고 들어가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 “내 집 앞에서 불산 유출된다면?”

환경부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불산이 누출한 경우 호흡기를 보호한 채 최대한 현장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당부했다.

화재연기와 달리 유해화학품은 물과 반응할 수가 있기 때문에 호흡기를 보호할 때 물에 젖은 수건이 아닌 마른 것을 사용해야 한다.

또 불산이 공기와 닿으면 하얀색 불화수소 가스로 변하는데 이 가스는 부식성이 있어 아파트 베란다 유리 등을 녹일 수 있다.

따라서 관련 기관의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대피명령이 떨어지면 가능한 신속하게 현장을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다.

환경부 박춘화 연구위원은 “농도가 옅더라도 불산가스가 피부에 닿으면 피부 자극 반응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실내로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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