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서 암과 싸워도… 기부는 내 운명

단칸방서 암과 싸워도… 기부는 내 운명

입력 2013-05-03 00:00
수정 2013-05-0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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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 아동에 月 20만원 보내…“외식 한 번 안 하면 1명 살려”

“기부는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내 기분 좋자고 하는 거예요. 후원자를 5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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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희씨 연합뉴스
윤순희씨
연합뉴스
윤순희(48·여)씨는 당연한 일을 한다는 듯이 말하며 방긋 웃었다. 윤씨 가족은 5년 전부터 국내외 아동 후원기구를 통해 제3세계 아이들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 이것저것 합해 매월 20만원 정도가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부자에겐 부담없는 돈일 수 있지만 사실 윤씨에겐 그렇지 않다.

경기 안성에서 음식재료 유통업을 하는 윤씨는 대기업까지 식자재 유통업에 손을 뻗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건축업을 하던 남편도 3년 전 위암 선고를 받고 어렵게 투병하고 있다. 졸지에 가장이 된 윤씨도 고질적인 허리디스크에 이어 얼마 전 위암 초기 소견서를 받아들었다. 위암으로 세상을 뜬 시부모에 이어 부부도 위암을 앓고 있지만 윤씨는 “잘 관리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가족은 요즘 안성의 한 임대사무실에 마련된 조립식 단칸방에 산다. 간이로 샤워실만 만들었을 뿐 외부 공중화장실을 써야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변변한 방 한칸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윤씨는 기부가 곧 희망이라고 말한다.

“한 번 기부를 하고 나니까 멈출 수가 없어요. 한 끼 외식비면 아이 한 명을 살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잖아요. 우리보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거죠.”

윤씨 가족은 2009년 한 방송을 통해 국제 아동구호단체 ‘플랜코리아’를 알게 되면서 기부 릴레이를 시작했다. 이후 국내 단체인 어린이재단에 쌈짓돈을 내놨고 불우이웃돕기 모금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사업이 반짝하고 번창했을 때 윤씨는 거래처가 한 곳 늘어날 때마다 후원 아동을 한 명씩 늘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식구’가 된 아이들만 6명. ‘자식’이라고 부르는 후원아동 한 명당 3만원씩 아프리카 빈국으로 송금된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2013-05-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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