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양육시설 아동 가혹행위 드러나 ‘충격’

제천 양육시설 아동 가혹행위 드러나 ‘충격’

입력 2013-05-02 00:00
수정 2013-05-0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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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성 선교사 설립…50년간 고아 1천여명 돌봐

50년 동안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돌봐 ‘벽안의 어머니’로 불렸던 미국 여성 선교사가 운영해온 충북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수용 아동들에게 가혹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시설 아동들을 학대·감금한 혐의로 제천의 J 아동양육시설 시설장과 교사 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시설장 교체를 포함한 행정조치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이 시설에서 생활한 4∼18세의 아동 52명이 오래전부터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원장은 직원에게 아동들을 나무와 플라스틱 막대로 체벌하도록 지시했고, 욕설을 하는 아동에게 생마늘과 매운 고추를 먹였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또 말을 듣지 않는 아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일종의 감금시설인 ‘타임 아웃방’(독방)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들은 이 방에서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머물렀으며 화장실 출입까지 제한받은 일부 아동들은 고립 상태가 두려워 자살까지 떠올렸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이 시설은 50년 전 외국인 여성 선교사가 설립한 아동양육시설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메디슨시티 출신의 전 원장은 1959년 크리스천 라이프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1962년 제천에 정착했다.

이듬해 이 시설을 설립해 버려진 영유아들을 보살폈다. 반세기 동안 이국땅에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그가 운영한 이 시설을 거쳐 간 영유아가 1천234명에 이른다.

지금도 69명의 영유아가 이 시설에 수용돼 있다.

이런 그에게 자연스럽게 ‘벽 안의 어머니’라는 호칭이 붙었다. 대부분 버림받은 영아와 유아들을 돌보면서 주민들은 이 시설을 지역의 자랑으로 여겨왔다.

지난달 23일 열린 이 시설 창립 50주년과 그의 정년 퇴임식에는 지역 기관장들이 대거 참석, 그간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권위의 이번 조사 결과를 접한 주민들이 받은 충격이 더욱 크다.

인권위 발표 이후 그와 지난해 말 후임이 된 현 원장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이 시설 관계자는 “전·현직 원장이 외출 중이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5월 가출 아동과 이 시설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이 낸 진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동 학대 관련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판단, 지난해 9월부터 최근 3년간 시설 운영에 대해 직권조사했다.

제천시의 한 관계자는 “인권위의 권고 사항을 토대로 빠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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