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박해로 가족 잃은 우간다女 난민 인정

동성애 박해로 가족 잃은 우간다女 난민 인정

입력 2013-05-01 00:00
수정 2013-05-01 13: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레즈비언’ 사유 국내 첫 사례

아프리카 동부의 작은 나라 우간다 공화국. ‘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릴 정도로 천혜의 자연자원을 자랑하지만 동성애자에게는 지옥 같은 땅이다.

우간다에서는 동성간 성행위를 범죄로 보고 형법으로 다스린다. 의료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을 정도다.

2010년에는 한 신문사가 동성애자 100명의 사진과 이름·주소를 공개해 동성애 운동가가 망치로 구타당해 숨지기도 했다.

올해 27세의 여성인 N씨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갖은 박해를 당했다. N씨가 고국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계기가 된 사건은 2년 전 벌어졌다.

N씨가 동성애자인 사실을 눈치 챈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딸을 마을에서 내보내라”고 경고했다.

두 달 뒤인 2011년 2월21일 N씨의 집에 불이 났다. N씨를 못마땅히 여긴 마을 사람들의 짓이었다. 이 불로 어머니와 여동생이 숨졌다.

공포에 질린 N씨는 곧바로 비행기를 탔다. 한국 정부에 난민으로 받아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N씨가 우간다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처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죄 없는 가족이 희생당한 기억은 그를 짓눌렀다. 사고 당시 장면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국내의 한 병원은 N씨에 대해 “우울·불안·피해의식·분노 등 외상후 스트레스에 해당하는 모든 증상을 보여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한국 정부와 법정 다툼을 벌인 N씨는 입국한 지 2년 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아 국내에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N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간다 정부가 동성애자를 박해하고 지역 주민의 탄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다는 공포는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N씨는 레즈비언이라는 성 정체성을 사유로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다. 앞서 동성애에 대한 박해를 피해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남성은 2명이 있었다고 법원은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도수치료 보장 안됩니다” 실손보험 개편안, 의료비 절감 해법인가 재산권 침해인가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편을 본격 추진하면서 보험료 인상과 의료비 통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 관리 강화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핵심으로 한 개편안은 과잉 의료 이용을 막고 보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민 재산권 침해와 의료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과잉진료를 막아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기존보험 가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처사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