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줍는 안타까운 ‘저 손’…“보름만 늦게왔어도”

배 줍는 안타까운 ‘저 손’…“보름만 늦게왔어도”

입력 2010-09-03 00:00
수정 2010-09-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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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간 3일 오전 ‘안성마춤 배’ 산지로 유명한 안성시 대덕면 모산리 일대 과수원들은 ‘쑥대밭’을 연상케 했다.

 과수원 농장으로 들어서는 왕복 2차로의 도로에는 태풍으로 떨어진 봉지 씌운 배들이 눈에 띄었다.

 농장 이곳저곳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낙과(落果)’가 뒹굴고 있었지만,누구도 손을 대지 못한 채 떨어진 배를 응시하며 한숨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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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간 3일 오전 ‘안성마춤 배’ 산지로 유명한 안성시 대덕면 모산리 일대 과수원들은 ‘쑥대밭’을 연상케 했다. 농장주 윤태은(69)씨는 “올 한 해 큰 수확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연합뉴스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간 3일 오전 ‘안성마춤 배’ 산지로 유명한 안성시 대덕면 모산리 일대 과수원들은 ‘쑥대밭’을 연상케 했다. 농장주 윤태은(69)씨는 “올 한 해 큰 수확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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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전남 나주시 노안면 홍필선(70)씨의 배 농장에서 홍씨가 떨어진 배를 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전남 나주시 노안면 홍필선(70)씨의 배 농장에서 홍씨가 떨어진 배를 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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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면 일대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동원농장’은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안성시는 파악하고 있다.

 농장주 윤태은(69)씨는 “1972년 이후 거의 40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며“매일 밤늦게까지 농장에 남아 보살피며,지극한 정성을 들였는데...올 한 해 큰 수확을 기대했지만,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3만3천여㎡ 규모의 윤씨 농장에서 태풍 피해의 흔적은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달 말 수확을 앞두고 한창 무르익던 배 1만8천400개 가운데 절반 정도가 태풍에 떨어졌다.

 올해 배 농사가 전국적으로 흉작이어서 예년보다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윤씨는 “씨알이 굵고,상품가치가 있는 쓸만한 배가 모두 못 쓰게 됐다”며 올 한 해 헛손질한 농사에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이달 말이면 배 6천상자(1짝당 25∼30개)를 출하해 1억5천만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윤씨의 꿈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올 배 농사를 위해 9천만원을 투자했지만,결국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정은 동원농장과 인접한 ‘대신농장’도 다를 바 없다.

 대신농장 대표 홍석현(63)씨는 “7천500여㎡ 규모의 농장에서 출하를 기다리며 익어가던 배 3만5천개 가운데 20% 정도가 못 쓰게 됐다”며 “상태가 양호하면 배즙이라도 만들텐데,아예 땅에 묻어야 할 판”이라고 안쓰러워했다.

 색깔과 당도를 높이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가지를 치고 봉지를 씌워주며 농약을 뿌린 고생이 결국 허사가 돼버렸다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었다.올해 1천200상자를 출하하려던 홍씨의 희망도 사라졌다.

 홍씨는 “안성은 그동안 태풍이 비켜갔던 지역이었는데,곤파스가 너무도 원망스럽다”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추수가 눈앞인데…”…‘곤파스’ 농작물 피해 ‘눈더미’

 제7호 태풍 ‘곤파스’로 인한 전남지역 농작물 피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3일 전남도가 잠정 집계한 태풍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강풍과 많은 비로 인해 벼가 쓰러진 도복 피해는 영광 167ha,진도 166ha,신안 105ha,해남 70ha,고흥 62ha 등 도내 14개 시군 707.4ha로 늘었다.

 비닐하우스 파손은 진도와 영광.해남.신안지역 43동 2.13ha로 집계됐으며 진도에서는 축사 1채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수확철을 앞둔 배 농가들의 낙과 피해가 컸다.

 도내 전체 과수 낙과 피해 면적은 80.2ha로 배 64.4ha,석류 5ha,단감 5ha,사과 4.8ha 등이다.

 지역별 낙과피해는 신안이 30ha로 가장 넓었으며 영암 17ha,함평 9.8ha,나주 8.4ha,고흥 5ha 영광 5ha 등이다상대적으로 수산물 피해 신고는 아직까지 많지 않지만 해남의 전복양식어가 6곳의 양식시설이 훼손됐으며 신안 흑산도에서 어선 2척이 강풍에 의해 파손됐다.

 전남도는 태풍이 근접했던 신안 도서지역과 수산양식시설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밀피해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수확기에 접어든 조생종 벼를 조기에 수확해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봄 이상 저온현상으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들이 낙과피해까지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작은 피해라도 반드시 신고하고 병해충 방제를 반드시 실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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