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DJ생전 화합 당부… 이제 보답” 安 “저들과 똑같아지지는 않을 것” 文 “행동하는 양심… 따라 걷겠다”
박근혜 새누리당·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17일 ‘김대중 기념사업회’(명예 이사장 이희호·이사장 권노갑)가 연 토론회에 참석해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잇겠다.”며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안 후보와 단일화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충북지역 행사에 참석하느라 축하 동영상 메시지로 대신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박근혜(왼쪽)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안철수(가운데) 무소속 대선후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오른쪽) 여사가 17일 오전 서울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기념사업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安, 朴 면전에서 네거티브 공세 비난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호남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의전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져 주최 측이 홍역을 치렀다.
자리 배치나 축사 순서 등을 둘러싼 신경전 끝에 안 후보가 이 여사 옆자리에 앉고, 박 후보는 그 옆자리에 앉았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최근 박 후보 캠프에 합류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박 후보를 수행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당초 참석하기로 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호남 민심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 후보는 전날에야 행사 개최 소식을 전달받고 밤늦게 메시지를 작성, 이날 아침 영상 메지시를 만들어 김한정 수행단장을 통해 전달했다. 주최 측과 후보 측에 따르면 문 후보는 후보 일정관리팀과 민주당 대표 비서실 등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불참하게 됐다.
먼저 축사에 나선 박 후보는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 전 대통령을 방문했던 때를 회고하며 “김 전 대통령은 ‘동서화합이 중요하고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내가 하지 못한 것을 박 대표가 하라. 미안하지만 수고해 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제가 그 말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해 발휘한 지도력을 평가하면서 “지금도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기다리는 지도자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 국정운영 능력과 식견을 갖춘 사람이 아닌가 한다.”면서 “국민통합의 리더십으로 이겨냈듯 저도 국민대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충북 음성의 한 농원을 방문해 귀농한 남궁영자(왼쪽)씨가 직접 만든 된장을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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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1997년 우리 국민이 김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이유는 바로 변화였다. 50년 만의 여야 간 정권교체로 우리는 낡은 과거의 유산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꽃피는 그 시기에 저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정부가 IT 벤처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기에 가능했다.”고 김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특히 안 후보는 박 후보의 면전에서 자신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새누리당을 ‘저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겠다. 받은 만큼 갚아 준다는 식으로 저들과 똑같아지지는 않겠다.”면서 “낡은 체제를 극복, 새 미래를 열겠다.”며 박 후보와 각을 세웠다. 앞서 안 후보는 긴장한 탓인지 방명록에 ‘정권교체와 정치혁신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고 쓰면서 정권교체의 ‘체’를 ‘채’로 잘못 적다 고쳐쓰기도 했다.
문 후보는 짧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내 몸의 절반을 잃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실은 김 대통령이야말로 노 대통령의 절반이었다. 이 자리의 모든 분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절반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절반이었다.”고 회고했다. 문 후보는 이어 “김대중은 횃불이었다. ‘행동하는 양심’인 그분의 궤적을 돌이켜 보면, 그 분은 늘 앞 발자국이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발자국, 제가 따라 밟으려 한다. 그분이 흩트리지 않고 걸어 갔던 길, 제가 또박또박 앞만 보고 따라 걸으려 한다.”고 말했다.
●安, 이해찬 대표와 인사 안 나눠
한편 이날 안 후보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처럼 비쳐졌다. 두 사람은 두세 번 인사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 대표는 안 후보에게 인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다. 이 대표는 최근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해 안 후보 측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2012-10-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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