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18일 “비대위를 구성해서 외부의 조력을 받아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면 그 변화가 이뤄지는지, 그 사람들이 제대로 하는지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주최로 열린 ‘새로운 보수가치와 한나라당 비대위의 과제’ 토론회 자리에서다. 비대위원 사퇴와 재창당 등을 요구하며 ‘비대위 흔들기’에 나선 친이(친이명박)계와 쇄신파 일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미지 확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권영세 사무총장의 당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권영세 사무총장의 당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김 비대위원은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도 불참했다. 그의 입에선 지난 20여일 비대위 좌장격으로 활동하며 한나라당에 느꼈던 서운함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오래된 정당이 지도부가 없을 정도로 추락해 어쩔 수 없이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일단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했다. 정치학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도 언급하면서 “제가 답답해서 ‘과연 끝까지 일할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한다. 오죽하면 ‘말을 물가까지 데려가도 자기가 안 먹으면 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주로 공격한 친이계 의원들을 겨냥해선 “(비대위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헐뜯으면서 (비대위 활동의) 결과가 나쁘면 나한테 유리하다는 생각은 안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천개혁안을 둘러싼 마찰에 대해서도 한소리 했다. 김 위원은 “저는 누가 친이·친박(친박근혜)인지 모른다. 공천에서 탈락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데 특정계파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라고 하니 반응이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한나라당이 엄청난 숫자로 물갈이하고 나서 새 인물 공급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검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비대위를 맡아 모든 권한을 갖고 쇄신해 달라고 요청한 이상 지금은 다른 선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비대위가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 없고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면서 “최고 통치자가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면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하고 비대위가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천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 열린 의원총회 안팎에선 친이계 차명진 의원이 “비대위원은 박근혜 비밀당원”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도 높은 ‘비대위 때리기’가 계속됐다. 정몽준 전 대표도 “비대위가 바깥에서만 얘기하고 정작 가족들은 무시한다. 예의가 없다. 한나라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의총이 끝난 뒤 마무리 발언에서 재창당 요구 등에 대해 “비대위가 출범하고 20일 만에 또 바꾸자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 창피한 줄 아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반격을 원천차단했다.
비대위를 향한 의원들의 이 같은 공격 속에는 자신들을 겨냥한 공천개혁안에 대해 대놓고 반발하지 못하는 심리가 묻어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 의원은 이날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곁다리 비판을 이어갔다. 정 전 대표는 “어제 의총은 비대위원·동료 의원들이 처음 만나 한나라당이 어디로 갈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미흡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공천 문제만 논의함으로써 비대위 자체에 대한 비판은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편을 본격 추진하면서 보험료 인상과 의료비 통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 관리 강화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핵심으로 한 개편안은 과잉 의료 이용을 막고 보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민 재산권 침해와 의료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