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정체성 내가 적임자”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가 요즘 변했다. 민주당을 이끈 지난 2년 동안 웬만한 비판과 비난에도 말을 아꼈던 그가 당권 경쟁에서는 ‘싸움닭’으로 변했다. 그만큼 당 대표 재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16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당 대회를 마치고 충북 청주로 이동하는 정 전 대표의 승용차 안에서 변화된 그를 만났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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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정세균 전 대표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다시 선출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아마 날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 대표로 ‘정세균’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당 대표는 정통성이 있고, 정체성에 맞아야 하는데 그런 분들이 적다. 대표 경험 있는 사람 중에 내가 가장 가깝다.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당내 통합이 되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당원의 힘이 모아지지 않는 게 문제다. 젊은 당원이 부족한데 젊은이들이 좀더 좋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486 후보 단일화가 끝내 불발됐는데 어떻게 보나.
-후보들마다 정치 생명을 걸고 하는 문제인데 각자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 판단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 입장으로서 개입하고 싶지 않다.
→486 후보들의 단일화 논란 과정에서 정 후보의 지지기반이었던 친노, 486의 이탈은 없었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위원장들이나 현역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치인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들이 그동안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운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동의할 수 없다. 총론만 있지 각론은 없지 않으냐. 다른 후보들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비판은 정론이라 보기 어렵다. 이해관계에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3 번이나 선거에 승리하고, 당 지지율을 2년 전 10%에서 30%로 높이고 당내 4가족이 한 가족이 된 것만 봐도 내가 어떤 자세로 일했는지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요즘 빅3가 대등하게 나온다. 전세가 역전됐다고 보나.
-특정 후보의 전세가 특별히 앞서 있다고 보지 않았다. 당 대표를 뽑는 건 인기투표와 다르다. 그간 보도는 막연한 선호도 조사였다. 앞으로 계속 달라질 것이다. 내가 일하는 걸 지켜본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분들은 잘 안다. 지지에 부응하고 그런 믿음이 시간이 흐르면서 확산되면 승리할 것이다.
→대선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나.
-내가 4선이고 장관도 했다.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당 대표도 했다. 난 훈련이 된 사람이다. 나는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 꿈이 있다. 그러나 개인의 꿈은 작은 꿈이다. 2012년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당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 그건 큰 꿈이다. 큰 꿈과 작은 꿈이 충돌하면 큰 꿈을 택해야 한다. 나를 제외하지 마라. 다만 나는 국민과 당원의 바람대로 기수를 할 수도 있지만 길잡이나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집권의지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의지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의지만 가지고 될 수 있으면 지난 대권에서는 왜 졌나.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집단지도체제로의 선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당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니까.
→손 전 대표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약점이 이젠 극복됐다고 생각하지 않나.
-당 대표로서는 극복됐다고 보지 않는다. 당 대표는 정통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야말로 당의 대를 잇는 게 아닌가. 당 대표는 정통성, 역량,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이 가운데 정통성은 빼놓을 수 없는 거다.
→지난해 정동영 고문의 탈당은 전주 덕진구 공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신의 선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부평, 안산, 서울시장 후보 중 택하라고 했는데 다른 것을 택한 것 아닌가. 다 승산이 있었다. 예우를 잘 해주겠다고까지 했는데. 앞으로 그런 경우가 생길 때 영(令)을 어떻게 세우겠나.
→7·28 재·보궐선거 패배가 전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예전 선거와도 연결해서 평가할 것이다. 재·보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당내 진보담론이 많다. 앞으로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진보는.
-난 당이 더 진보적이어야 하고 더 민주적, 더 서민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 후보 간 진보담론은 ‘이름짓기’ 논쟁이다. 이름을 어떻게 붙인들 무슨 상관이냐. 더 진보적이라는 방향 확인만 하면 된다.
→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뭘 바꾸겠나.
-인재를 폭넓게 등용해 인재가 넘치는 당으로 만들겠다. 문호를 열고 외부 인사도 적극 영입해 당 인재를 육성하겠다.
춘천·청주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10-09-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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