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예요?” 그 수줍은 질문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을 믿으시나요?”걸핏하면 사랑이다. 누가 사랑이 중요한 걸 모르나. 그런데도 사랑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하염없이 사랑이 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대놓고 사랑을 탐구하는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왠지 시시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페이퍼 하트’는 이런 시시함을 은근한 매력으로 포장하는 흐뭇함이 있다. 그 원천은 무엇일까.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실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하이브리드 다큐멘터리다. 극중에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행 중에 나온 사람들의 실제 고백담인 반면 샬린과 마이클의 사랑은 계획된 것이었다. 실제와 가상이 섞여 있는 셈. 재미있는 건 인터뷰에 나오는 러브스토리들이 귀여운 종이 인형극으로 재현되는데, 애니메이션과 같은 효과를 통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페이퍼 하트’가 기존 로맨스 영화와 비교할 때 가장 큰 매력이라면 단연 ‘수줍음’이다. 사랑을 믿지 않는 샬린, 그렇기에 사랑을 배워나가는 샬린, 하지만 아직도 사랑이 두려운 샬린, 이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샬린, 결국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조심스레 사랑을 보듬는 샬린의 모습을 절제시켜 표현한다. 그토록 익숙한 사랑일 텐데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수줍음을 경험한다. 물론 이 수줍음을 성사시킨 일등 공신은 다큐멘터리 형식에 있다. 실제 상황처럼 보이다 보니 더 낯간지럽게 다가온다. 그 효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이 지점에서 훈훈함은 배가된다.
주인공 샬린 리는 실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코미디언과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사다. 로맨스 영화에서는 왠지 미모의 여성이 나와야 할 듯하지만 샬린은 정반대다. 평범한 외모에 어딘가 털털해 보이는, 톰보이 같은 캐릭터다. 꽃미남 꽃미녀가 사랑을 일궈 나가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로맨스가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로맨스다. 그래서 더 유쾌하고 더 친절하며 더 정이 간다. 이런 진솔하고 평범한 로맨스, 참 오래간만이다. 영화를 볼 때보다 보고 나서 더 운치가 생기는 그런 영화다. 2009년 선댄스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88분. 12세 이상 관람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9-03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