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신라시대 비단벌레로 만든 영롱한 꽃잎

[포토] 신라시대 비단벌레로 만든 영롱한 꽃잎

입력 2023-07-04 15:02
수정 2023-07-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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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북 경주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쪽샘 44호 무덤을 조사·연구한 성과를 정리하는 ‘시사회’를 열고 주요 유물을 공개했다.

쪽샘 유적은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이 묻힌 집단 묘역이다.

이 일대에서는 2007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 1천 기가 넘는 신라 무덤이 확인됐다. 44호 무덤의 경우, 2014년 5월 정밀 발굴 조사에 나서 지난달 대장정을 마쳤다.

그간의 조사 결과, 쪽샘 44호 무덤에서는 총 780점의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집계됐다.

무덤의 주인은 금동관을 비롯해 금 드리개, 금귀걸이, 금·은 팔찌, 반지, 은제 가슴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한 상태였고, 곁에 놓인 부장품은 600여 점에 달했다.

지난 2020년 11월에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 장식의 경우, 말을 타거나 부리는 데 쓰는 마구(馬具)에 썼으리라 추정해왔으나, 구체적인 용도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비단벌레 장식의 출토 상태, 위치 등을 연구·분석한 결과, 비단벌레 날개 장식은 대나무를 바탕으로 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을 뜻한다.

쪽샘 44호 무덤 속 말다래는 대나무 살을 엮어 가로 80㎝, 세로 50㎝ 크기의 바탕 틀을 만든 뒤 직물을 여러 겹 덧댄 것으로 파악된다.

그 위에는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만든 꽃잎 모양 장식을 올렸는데, 동그란 장식을 가운데 두고 위아래 좌우에 비단벌레 장식 4점을 더한 식이다.

둘레를 장식하는 금동 판을 올릴 때는 못이 아니라 실로 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말다래 하나당 꽃잎 장식 50개가 부착됐으니 비단벌레 약 200마리가 쓰인 셈”이라며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 기술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덤에서 나온 각종 유기물 200여 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5㎝ 폭의 유기물 다발을 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이 유기물 다발은 사람의 머리카락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국시대 유적에서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온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실상 첫 사례인 셈이다.

다만, 남아있는 모발의 상태가 좋지 않아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석 등은 쉽지 않다고 한다.

금동관, 금동 신발 등에서 당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직물을 확인한 점도 의미 있다.

쪽샘 44호 무덤의 주인은 5세기 후반 당시 최상위 계층이었던 왕족 여성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앞서 무덤 주인의 키를 150㎝ 전후로 봤으나 지금까지 나온 유물 분석 자료와 조사 내용을 토대로 키가 더 작고, 어린 여성일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소 측은 “착장한 장신구와 유물 분석 등을 통해 무덤 주인공은 키가 130㎝ 내외, 나이는 10세 전후의 신라 왕실 여성, 공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무덤 주인의 신분을 나타내듯 장례 당시 4명 이상이 순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추정했다.

유적 주변에 설치한 발굴관은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보존 처리를 마친 유물을 12일까지 발굴관에서 관람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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