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지적…”사회문화 자체를 바꿔야”
인도에서 성폭력이 공공장소와 가정, 일터를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더욱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유엔 특별보고관이 지적했다.라시다 만주 성폭력 특별보고관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열흘간 인도 전역을 다니며 조사한 실태를 발표하면서 “인도에서 성폭력은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만주 보고관은 “성폭력은 공공장소나 가정, 일터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인도 여성들은 생활편의시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도 일상적으로 다양한 성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인도 여성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무덤 속에 들어갈 때까지 폭력에 시달린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에 성폭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아 낙태부터 조혼, 가정폭력, 지참금과 관련된 죽음, 명예살인, 마녀사냥, 여성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 죽은 남편을 따라 자살하는 과부 순사(殉死) 풍습 등 전반적으로 열악한 여성인권과 성폭행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인도 정치권이 지난달 성폭행범을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는 등 처벌 강화에 나섰지만 이 역시 단편적인 접근에 불과하다고 만주 특별보고관은 강조했다.
그는 “인도 정부는 여성이 왜 성폭력에 시달리는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성폭력 사건들을 예방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적·법적 장치를 마련할 때에도 여권 신장, 사회의식 변화, 피해자 보호책 마련 등 전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주 특별보고관은 또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문화를 바꾸고 성차별과 성폭력의 연관관계를 고민하는 지속적인 노력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2월 23세 여대생이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남성 6명에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성폭행 근절 대책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또 지난 3월 남편과 함께 여행중이던 스위스 여성이 남성 5명에 성폭행당하고 영국 여성이 성폭행 위협을 피해 호텔에서 뛰어내리다 다쳤으며, 최근에는 20대 인도 여성과 5세 여아가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는 등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인도 정치권은 성폭력 피해자 사망시 가해자에게 최고 사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의 범주를 확대하는 등 최근 관련법을 개정했으나 부부강간을 인정하지 않는 등 미비한 점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도 정부는 2011년 발생한 여성에 대한 범죄가 모두 22만8천650건에 달해 전년도의 21만3천585건에서 1만5천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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