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검찰, 사정 칼날 어디까지
이수영 전 경총 회장 부부 등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세청과 검찰의 사정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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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이미 대대적인 역외탈세 색출 작업에 나선 만큼 22일 공개된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을 토대로 역외 탈세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당사자나 기업의 해외 계좌 개설 여부, 계좌의 성격, 개설 방식 및 사용 내역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탈세 혐의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탈세 가능성이 의심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과태료 부과, 추징 등 강력하게 제제를 가하기로 했다. 탈세 규모나 수법의 위법성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조세범칙범으로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개된 인사들 및 기업에 대한 탈세 여부를 검증하는 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미국, 영국, 호주 등 역외탈세 정보를 상당량 확보한 국가와 정보를 공유키로 하고 구체적 자료 확보를 위해 실무협상을 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3개국이 버진아일랜드 등의 한국인 계좌를 조사한 자료를 받을 경우 역외탈세 조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역외 탈세 조사 대상이나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조성된 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이 큰 만큼 검찰도 거론된 인물들의 자금이 비자금인지 등 해당 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금의 불법성이 포착되면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의미다.
역외탈세는 대기업 등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나 위장계열사 등을 차려두고 ‘위장·가공’ 거래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조사 역량을 집중해 역외탈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고, 채동욱 검찰총장도 “대기업 일가와 사회지도층의 탈세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양대 사정기관 수장의 엄벌 의지가 강한 만큼 향후 조사에서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실태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3-05-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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