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대결’ 간담회… 한·중·일·英 등서 300명 몰려
李 “한 판 지느냐 마느냐 싸움 하루 1~2시간씩 가상훈련”알파고 개발자 “판후이 때보다 강해져… 양질의 데이터 생성”
“인간의 직관이 승부를 가른다.”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반상 대결(5번기)을 하루 앞두고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 9단을 비롯해 에릭 슈밋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또 한국, 중국, 일본, 영국 등 300명에 가까운 국내외 취재진이 대거 몰려 세계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딸 혜림양과 즐거운 표정으로 대국 브리핑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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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은 한발 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기자회견 때는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을 따라오는 건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직관을 모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사비스 CEO도 “바둑에서는 계산력도 중요하지만 직관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신경망’이 알파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사비스 CEO는 직관에 대해 10의 170승에 달하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모두 따지지 않고 인간의 감각으로 최적의 수를 정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이 탐색의 깊이를 좁혀 인간의 직관력을 모방한다”고 설명했다.
이 9단도 “인간이 1000수를 생각한다면 컴퓨터는 1000만수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알파고가 생각의 폭을 줄였다면 인간도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강점은 인간의 직관과 감각”이라면서 “알파고가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지만 100%는 아닐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강점은 피로하지도 않고 겁먹지도 않는 것”이라며 ‘인간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이 9단에 견줘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점에 대해서는 “이번 대국을 통해 알지 못했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이겼을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버전과 이번 버전은 다르다. 자가 학습으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9단은 “내일 좋은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어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9단은 첫판에서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첫판을 진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며 “결승 5번기에서 첫판을 지고 들어간 경험이 많다. 판후이처럼 첫판을 진다고 그렇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알파고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컴퓨터와의 대결이 처음이라 혼자 두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가상훈련’을 하루 1~2시간 한다”고 덧붙였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은 승패를 떠나 지능을 더욱 발전시켜 인류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밝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2016-03-0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