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위 반발에 “뭐가 잘못인가” 반박하며 회의 잇따라 불참비대위 주도 타협안 마련 묵인?…향후 행보 감안한 절충인듯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1일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당내 후폭풍에 초강수로 대응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오후 비례대표 명부 확정을 위해 재소집된 중앙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여차하면 당무를 전면거부하겠다는 김 대표의 벼랑끝 승부기질이 나타난 것이자 ‘수 틀리면 짐싸서 집에 가겠다’는 일종의 협박정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전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이 공개된 뒤 중앙위의 저항을 불러온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셀프 전략공천’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 위해 비대위가 제시한 중앙위 순위투표 방식이 당헌에 위배된다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에 따라 더민주는 이날 중앙위 회의를 재차 열어 비례대표 명부 확정을 시도하기로 했지만 김 대표는 두 비판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 양상이다.
자신이 비례대표 2번을 받은 데 대해 “비례 2번이든, 10번이든, 15번이든 (당선안정권인데) 무슨 차이가 있냐”며“ 후순위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꼼수라는 입장이다.
중앙위의 반발에 대해서도 ”당이 비정상적 상황에서 비대위를 만들었으면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들은 자꾸 나더라 타협하라고 하는데 내가 뭐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타협을 하느냐“며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한 번 내뱉은 말을 좀처럼 거둬들이는 법이 없고 어지간한 반발은 무시전략으로 헤쳐온 김 대표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비상시기인 선거 정국에서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인식의 결과로도 보인다.
그러나 후보 등록을 불과 사흘 앞둔 촉박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문제로 전열이 흐트러진 당내 상황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고민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대표를 제외한 비대위원 간에는 중앙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투표 방식을 변경, 25명의 후보군을 중앙위에 제시한 뒤 순위투표를 통해 순번을 정하는 타협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 역시 2번에서 12번 정도로 후순위에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박경미 홍익대 교수의 비례 1번을 유지하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비례 후보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결국 김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를 취하되 비대위원이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투트랙’ 형태로 절충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김 대표가 총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대선 출마까지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김 대표가 계속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친다면 향후 정치행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도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
김 대표가 중앙위의 반발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도 총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역시 이런 판단의 결과라는 해석이다. 김 대표는 과거 수가 틀리면 직을 그만두겠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이번에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