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변인 사과브리핑에 박근혜 “얘기 나눈 적 없다” 부인

새누리당이 12일 논란이 된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혁당 발언’ 대응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홍일표 공동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서 “(박 후보의) 역사 관련 발언이 미흡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과가 박 후보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박 후보의 직접 발언은 아니지만 당에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을 박 후보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중이던 박 후보는 이 보도를 접하고 “홍 대변인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이상일 공동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홍 대변인의 개인 견해인지는 몰라도 박 후보와 전혀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라면서 “후보는 (브리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과 브리핑은 비록 당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지만 언론은 이를 박 후보의 우회적 사과로 받아들였고, 박 후보가 조만간 인혁당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 후보가 오전에 국회 기재위에 참석하는 대신 비공개 일정을 가졌으며 그 시간에 인혁당 논란의 수습을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돈 것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홍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해 박 후보가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취지로 선을 그으면서 인혁당 문제에 대한 입장을 놓고 박 후보와 당측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와 같이 다니는 모 의원을 통해 박 후보에게 이런 식으로 브리핑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고 이게 보고가 된 줄 알았다”면서 “전달과정이나 보고 시점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당에서 입장을 발표했고 나머지는 해프닝이라고 써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의 입장과 후보의 입장이 다를 수는 없는건데..”라며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홍 대변인이 박 후보와 이날 브리핑 내용을 상의하지 않고 발표했다면 이번 ‘인혁당 발언’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 대변인은 18대 국회에서 당내 쇄신파로 활동한 인물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인사는 아니다.

인혁당 논란을 위시한 과거사 문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박 후보를 위해서도 할말은 한다는 차원에서 한발 앞서서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홍 대변인의 취지가 어떠했건 당사자인 박 후보가 브리핑 내용에 대해 다른 말을 하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박 후보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그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민주당은 논평에서 “박 후보가 전혀 사과할 뜻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