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선택 2012] “여성표심 잡아라” 오바마·바이든 첫 오하이오 동반유세

[11·6 선택 2012] “여성표심 잡아라” 오바마·바이든 첫 오하이오 동반유세

입력 2012-10-25 00:00
업데이트 2012-10-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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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격전지 오하이오 르포

미국 대선 마지막 TV토론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동트기 무섭게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각각 2개 주를 넘나드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며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번 대선 첫 동반유세 장소로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주를 택했고, 공화당의 롬니 후보와 폴 라이언 부통령후보도 25일 오하이오를 찾을 예정이다. ‘오하이오를 차지해야 이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미 대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꼽히는 오하이오 현지를 본지 특파원이 취재했다.

“여러분, 미 합중국 대통령과 부통령입니다.”

23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야외공원 트라이앵글파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등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평일임에도 유세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지지자들은 땅이 흔들리는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먼저 바이든이 셔츠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오하이오~”라고 길게 외치자, 청중들은 “4년 더”, “4년 더”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바이든은 “롬니가 어제 토론에서 갑자기 (말을 바꿔)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전 정책에 동의했다.”면서 “롬니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셈”이라고 말해 폭소를 불렀다. 그는 “미국인은 정부에 의존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롬니의 ‘47% 발언’을 신랄하게 비난,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짧게 연설을 마친 바이든은 “여러분, 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합니다.”라고 말했고, 3시간 넘게 선 채로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고대하던 오바마의 모습이 나타나자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역시 셔츠 차림에 팔을 걷어붙인 활기찬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오바마는 바이든과 뜨겁게 포옹한 뒤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채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했다. 두 사람이 함께 유세 현장에 나타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막판 ‘불꽃유세’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 격이었다.

바이든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가 “헬로, 오하이오~”라고 인사하자 청중들은 또 다시 “4년 더”,“4년 더”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오전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열변을 토한 탓에 쉰 목소리였지만 오바마는 “여러분, 싸울 준비가 됐나요.”, “달아오를 준비가 됐나요.”라고 목청껏 내질렀고, 지지자들은 다시 “4년 더”,“4년 더”를 외쳤다. 오바마는 스포츠 응원처럼 주먹을 불끈 쥔 채 “파이팅”을 연호했고 이에 맞춰 지지자들도 덩달아 “파이팅”을 연호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오바마는 이제 TV토론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듯 홀가분하고 활기찬 표정이었다.

오바마는 “어젯밤 토론에서 롬니는 자신이 과거에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부도가 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라고 한 적이 없다고 우겼다.”면서 “그래서 나는 그를 ‘롬니지아’(롬니+건망증의 합성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해 폭소와 환호를 불렀다. 오바마는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롬니가 과거에 했던 말을 오하이오 주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박수를 이끌어냈다. 오바마는 20분 만에 연설을 마쳤지만 이후 30분간이나 자리를 뜨지 않고 지지자들의 악수에 응하는 등 각별히 정성을 들였다.

유세현장에서 만난 백인 남성 제리 슈미트(55)는 “오늘 아침부터 오하이오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면서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 6% 포인트 정도 차이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에서 30년 간 살았다는 그는 “오하이오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데다 오바마의 노력으로 오하이오의 자동차 산업이 회생했다.”며 “4년 전 대선보다는 힘든 싸움이지만, 오하이오가 롬니의 공세를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인 여성 수전 콜라크(57)는 ‘오바마를 지지했던 백인 여성들이 롬니 지지로 옮겨가는 조짐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는 질문에 “내 친구들은 모두 오바마 지지자들”이라고 부인하면서 “약속을 지킨 오바마가 4년 더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데이턴 시내 공화당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공화당원들의 견해는 정반대였다. 6개월 전부터 롬니 지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낸시 터커(61)는 “내 주변엔 오바마를 지지하는 여성이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오바마의 여성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오바마는 벨트 아래를 때리는 권투선수처럼 사악한 사람”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평범한 시민들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대체로 조심스러워했다. 인구 14만명으로 오하이오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인 데이턴의 거리에서 마주친 40대 남성은 “투표할 사람이 마음에 있기는 하지만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세금을 자꾸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데이턴(오하이오주)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10-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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