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계 조작 논란 왜 끊이지 않나

프로복싱계 조작 논란 왜 끊이지 않나

입력 2011-05-20 00:00
수정 2011-05-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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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복서’ 챔피언 최현미(21)의 전적에 실제로 치르지 않은 중국 데뷔전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프로 복싱계의 부실한 선수 및 전적 관리가 새삼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현미는 2008년 6월26일 중국 윈난에서 열린 장쥐안쥐안(중국)과의 범아시아복싱협회(PABA) 주니어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데뷔전을 치러 TKO로 이긴 것으로 그간의 전적표에 나와 있었지만 이 경기는 아예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현미 측은 “여러 차례 수정을 시도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고, 한국권투위원회(KBC)는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번 일과 관련한 정확한 책임 소재는 추후 가려지겠지만 잘못된 성적이 수년 째 공식 전적으로 통용됐다는 점에서 KBC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복싱계가 선수의 자격이나 전적을 둘러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프로 복싱 기대주였던 김정범이 동양타이틀 6차방어전을 치를 때 상대한 선수가 ‘가짜 복서’인 것으로 판명돼 파문이 일었다.

당시 김정범은 닉네임이 싱토통 플라잇짐이란 태국 복서와 맞붙었고, 현격한 실력 차로 1라운드에서 TKO로 가볍게 제압했다.

하지만 도전자의 기량이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고, 그의 전적표에 ‘오른손잡이’라고 돼 있음에도 왼손을 주로 썼다는 점에서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권투위원회의 자체 조사 결과 문제의 태국 복서는 승리를 따내기 위해 내세운 ‘가짜 선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6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세계 여자 프로 복싱 챔피언스리그’ 대회에서는 밴텀급 이화원과 대결한 중국의 양야훠이가 사실은 쉔예단이라는 선수로 밝혀지기도 했다.

1984년 9월에도 국제복싱연맹(IBF) 플라이급 챔피언이던 권순천이 당시 랭킹 7위인 알베르토 카스트로(콜롬비아)와 경기를 한다고 공표해 놓고, 실제로는 플로레스 호야킨과 경기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상대 선수가 아예 바뀌는 경우는 아니더라도 선수 전적의 오류는 매우 흔한 편이다.

대부분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선수와의 경기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손정오 범아시아복싱협회(PABA)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이 중국의 장순쿤과 방어전을 치르려 했으나 선수 기량과 경력에 이상이 있는 것이 드러났다.

결국 두 선수의 경기는 타이틀 방어전이 아닌 논타이틀 매치로 치러졌다.

한국권투위원회(KBC) 관계자는 “1970년~80년대만 하더라도 선수의 전적에 숱한 조작이 이뤄졌다”며 “나중에 발각돼 타이틀이 박탈된 예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조작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는 기구의 난립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프로 복싱계에는 아마추어의 국제복싱연맹(AIBA)처럼 통일된 국제 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적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어렵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프로 복서를 많이 배출하는 태국에선 선수 대부분이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경기에 나서 가짜 복서를 쉽게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근 프로가 출범한 중국도 복싱 관련 업무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국내 복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현미의 경우도 데뷔전 조작이 이뤄진 장소가 중국이었다.

복싱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태국과 중국이 엮이는 경기에는 문제가 자주 생긴다”며 “두 나라 선수와 경기를 할 때는 세계 랭킹 등으로 확실하게 검증될 때만 치르거나 정부 기관의 인증서를 추가로 요청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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