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승하차 시위 재개 휠체어 이용해 승하차·오체투지 항의하는 탑승객과 마찰도 “인수위, 장애 정책 예산 답변하라” 장애인 정책을 위한 예산 보장을 촉구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일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30일 장애인 교육 관련 법안의 제·개정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전장연 회원 등 25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2호선 시청역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며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약 50대의 휠체어에 탄 참가자들은 승강장에 일렬로 줄지어 탑승한 뒤 열차 내부에서 행진해 다른 승강장에 하차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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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위해 승강장 앞에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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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위해 승강장 앞에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곽소영 기자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인수위가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5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답해야 한다. 만약 추 부총리 내정자가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한다고 약속한다면 약속을 믿고 입장 발표의 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전 8시쯤 3호선 지하철에 올라탄 뒤 휠체어에서 내려 열차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그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예산 보장하라’ 등이 적힌 피켓 스티커를 바닥에 붙여가며 힘겹게 양팔로 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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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하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열차에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 및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를 펼치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 민생 4대 법안’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실하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 7시부터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재개했다. 2022.4.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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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하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열차에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 및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를 펼치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 민생 4대 법안’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실하다고 판단해 이날 오전 7시부터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재개했다. 2022.4.21/뉴스1
한 참가자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20년을 기다려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이 장애인의 현실”이라며 “출근길 몇 분의 불편함이 어떻게 몇 십년의 불편함을 이기겠냐”고 호소했다.
전장연의 시위로 경복궁역에는 상·하행선 열차가 수십 분간 역을 떠나지 못했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시위 참가자와 일반 탑승객 간 실랑이도 이어졌다.
탑승객들은 “밖에서 시위하면 되지 왜 출근길에 이러냐”, “한 달 만에 일 나가는데 출근을 못하고 있다”며 욕설 섞인 항의를 했다. 한 시민은 발언을 하던 전장연 활동가에 침을 뱉고 지나가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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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가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시위 참가자가 일반 탑승객과 대립하고 있다. 전장연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이날 22일만에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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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가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시위 참가자가 일반 탑승객과 대립하고 있다. 전장연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이날 22일만에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곽소영 기자
역사 내에는 “지금 양방향에서 전장연의 열차 운행 지연 시위로 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 나왔다. 경찰은 전장연 활동가에게 집시법 등을 위반했다며 수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활동가들은 “옥내집회는 집시법 대상이 아니다”, “당신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전장연은 9시쯤 승하차 시위를 마친 뒤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통의동 인수위 건너편에 모여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시위로 시청역에서 최대 45분, 경복궁역에서 최대 72분이 연착됐고 오전 6시부터 10시 사이 들어온 시위 관련 민원은 228건이라고 밝혔다.
곽소영·이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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