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결론날 듯…건강 상태·영장 기각 가능성 등 고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상득 (80)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장기간 고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수사팀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검찰 한편에서는 이 전 의원의 건강 상태, 영장 기각시 이어질 파장 등을 고려한 신중론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진술 확보, 법리 검토 등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신병 처리 방향을 숙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이번주 안에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정준양씨의 포스코 회장 선임과 신제강공장의 고도 제한 민원을 해결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측근들이 소유한 포스코 외주업체 3곳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이 전 의원 측이 30억여원의 금전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달 5일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 전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거관계를 상당 부분 다져놓은 터라 신병 처리 결정까지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신병 처리 방향은 뇌물수수 규모나 죄질에 비춰 영장 청구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검찰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영장 청구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우선 이 전 의원의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를 앓는 이 전 의원은 14시간 조사 후 귀가해 수면을 취한 뒤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식은땀이 나는 등 탈수 증세를 보여 사흘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피의자를 무리하게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도 최근 언론에 “이 전 의원의 건강이 영장 청구에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됐을 때 미칠 부정적 여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포스코 비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며 수사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흔들린 경험을 했다.
사실상 강제 수사는 정동화 전 부회장 앞에서 멈춘 상태여서 자칫 정 전 회장이나 이 전 의원의 영장이 기각되면 7개월간 이어진 포스코 수사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전 의원에게 적용할 법리 문제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관측도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수사팀은 국회의원이 미칠 수 있는 포괄적 영향력을 고려해 이 전 의원의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 전 의원이 관여한 부분이 국회의원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이 전 의원의 신병 처리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법리 적용, 영장 청구 등을 둘러싸고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뒷말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다음주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혀 있어 이번주를 넘기게 되면 총장 부재 중 중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도 있다.
검찰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이 전 의원의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검찰이 검토하는 사안들을 두루 살펴봤을 때 종국에는 불구속 기소로 결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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