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억대 가짜 채권 돌려막기’ 모뉴엘, 끝없는 의혹
국내 로봇청소기 1위 업체로 고속성장을 거듭하다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수출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서부터 회사 대표가 평당 전국 최고가 아파트에 회사돈으로 살고 있다는 의혹, 회사 제품이 자체 개발이 아니라 중국산 조립품이라는 의혹 등 갖가지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노정환)는 수출채권 액수를 부풀려 금융권에 판매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모뉴엘 대표 박홍석(52)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밝혔다.이는 일단 1차 수사를 하고 있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의 신청에 따른 것이지만 검찰은 조만간 사건을 넘겨받을 계획이다. 검찰은 부사장 신모씨와 재무이사 강모씨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했다. 미국 시민권자로 현재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박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씨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법인과 홍콩 사무소 등 모뉴엘 해외 지사에서 수출대금과 물량을 부풀리거나 가짜로 꾸미는 수법으로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격조작·허위신고 액수는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은 조작된 서류를 바탕으로 수출채권을 발행, 금융권에 할인판매했으며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수출액을 부풀려 ‘돌려막기’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외 부문 매출의 80%가 이처럼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모뉴엘이 은행권에서 빌린 담보·신용대출 규모는 기업은행 1500억원, 산업은행 1250억원, 수출입은행 1130억원 등 6700억원이 넘는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무역보험공사가 대출 사기 등 혐의로 박씨에 대해 진정한 사건을 전날 서울남부지검에서 넘겨받았다.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의 은행권 대출 중 3100억여원에 대한 보증을 서 거액을 떼일 처지에 놓여 있다. 무역보험공사와 은행들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어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박씨의 동생이 대표이사인 모뉴엘의 코스닥 상장 자회사 잘만테크의 주가도 폭락을 거듭해 개인 투자자 5000여명의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10-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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