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난사 김 상병 “악몽 꾸는 것 같아”

해병대 총기난사 김 상병 “악몽 꾸는 것 같아”

입력 2011-09-08 00:00
수정 2011-09-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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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병 첫 공판서 속죄 눈물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정말 악몽을 꾸는 것 같고 제가 벌인 일에 대해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7월 발생한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의 첫 공판이 8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보통군사법정에서 열렸다.

법정에서 부대원에게 총을 쏜 김모(19) 상병이 경직된 표정과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른쪽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단 해병대 복장을 입고 재판에 출석한 김 상병은 이날 자필로 쓴 A4용지 3장 분량의 글을 미리 준비해 와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 군관계자 등 30여명 앞에서 10분여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장문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김 상병의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종이가 올려진 책상쪽을 향해 떨궈져있었고, 글을 읽는 동안 김 상병은 단 한번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 상병은 작은 목소리로 “나 하나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입이 수만개라도 죽일 놈이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한탄과 자조가 섞인 목소리로 “팔 한쪽이라도 잘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당시에 정말 미쳤던 것 같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말 믿을 수가 없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유가족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4명의 목숨과 바꿀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간절히 기도해도 도무지 꿈에 네 명이 나타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밑바닥까지 떨어져 보니 이제야 알겠다”며 “조금만 일찍 깨우쳤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김 상병이 글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유가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대부분은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흘리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참았고, 일부 유가족들은 눈물 소리를 감추지 못해 재판장은 한동안 유가족 등의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김 상병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20) 이병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긴 했지만 고개 숙인 김 상병과는 달리 바른 자세로 앞을 응시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재판이 끝난 후 김 상병의 부모가 재판장을 찾아와 故 이승렬(20) 상병의 아버지 등 유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김 상병의 어머니는 무릎을 꿇은 채 연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김 상병의 아버지는 그 옆에 조용히 선 채로 유가족들의 빗발치는 비난을 받았다.

유가족들은 “김 상병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는 변호인 측 발언에 불만을 제기하며 “남을 죽이고 본인은 살겠다는거냐. 김 상병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것이 말이 돼냐”라며 김 상병의 부모에게 항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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