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전소된 경북 의성 고운사는 안동과 경계를 이루는 등운산 자락에 자리잡았다. 절의 이름만으로도 신라의 대문장가 고운 최치원(857~?)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고운사 사적기’는 절의 역사를 이렇게 적었다.‘신라 신문왕 원년(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연꽃이 반쯤 피어난 형상의 천하명당으로 원래는
소주가 주종목이지만 와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염가 와인을 마시다 보면 소주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음식기자들의 이탈리아 여행길에 따라나서 유명하다는 몇몇 와이너리를 돌아보기도 했다. 주제도 모르고 입맛만 까다로워졌다.조선시대 연행록을 들추다 이기지의 ‘일암연기’(一庵燕記)에서
오늘날의 서울 가회동 북촌은 1930년대 ‘건축왕’으로 불린 건양사 정세권이 세도가 대형 집터와 임야를 사들인 뒤 규격화해 지은 1000채 남짓한 한옥이 바탕이 됐다. 그 남쪽 안국역사거리 일대는 흥선대원군 사저 운현궁의 존재에서 보듯 왕실 인척의 집단거주지였다.헌법재판소는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의 집 자리에 세
별을 관측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처음엔 국가의 길흉을 점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법을 만들고 오차를 줄이는 과학적 목적이 커졌다. 경주 첨성대도 점성술의 시대에는 ‘별점’의 신빙성을 설득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게 된다.북한이 최근 평양의 첨성대 터를 발굴 조사했다는 소식이다. 백
자연과 하늘의 이치를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깊이있는 색감으로 표현하는 김곤 작가의 기획초대전 ‘꽃과 우주’가 경기도 파주 콩세유미술관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작가는 이번 기획전에서 자연의 조화와 생명의 기원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누구나 가까이 다가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 58점을 선보이고 있다.
‘어르신의 거리’라는 서울 낙원동의 우거지국밥은 3000원이다. 유명한 집이라 한번쯤 들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식당 앞을 지날 때마다 어르신 손님이 자리를 메우고 있어 실천하지 못했다. 내가 그 집에 앉아 국밥을 먹고 있으면 다른 어르신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도 이 식당이
한반도에서 매듭은 당연히 선사시대부터 쓰였다. 구석기시대 돌도끼를 묶는 데 사용한 흔적이 있고 신석기시대 토기엔 노끈을 엮어 두드린 문양이 선명하다. 서양에서도 ‘헤라클레스의 매듭’이 BC 3세기 공예품으로 전한다. 이렇게 보면 매듭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엇비슷한 시기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한국에선 일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괘불(掛佛)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세계 최대 최고의 회화, 조선시대 괘불과 영기화생론’이라는 주제의 발표는 14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다.괘불이란 글자 그대로 법당 앞에 걸어놓는 커다란 부처의 그림을 말한다. 수륙재처럼 법당 내
블라디보스토크에 고려극장의 전신인 고려노동자청년극단이 설립된 것은 1930년이었다. 노동자청년극단은 1932년 원동변강조선극단으로 이름을 바꾼다. 원동(遠東)은 러시아 동부, 변강(邊疆)은 경계가 되는 변두리를 뜻한다. 이 시기 고려극장은 옛 소련 정부의 뜻에 따라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과 함께 ‘춘향전
집이 어딘지 화제에 오를 때가 있다. 파주에 산다고 하면 머뭇거리다가 “공기는 좋겠네요”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맞아. 공기만 좋아” 하고 맞장구치곤 했다. 실제로는 만족스럽게 살았다. 다만 서울에 일터가 있으니 출퇴근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흠이었다.GTX가 다니면서 달라졌다. 지하철 타는 것을 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