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반년 지났지만 북중경협 여전히 ‘찬바람’

北핵실험 반년 지났지만 북중경협 여전히 ‘찬바람’

입력 2013-08-23 00:00
수정 2013-08-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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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조선투자사무소 7개월째 ‘잠잠’…교역은 4년만에 감소 소식통 “핵실험 전후 경협활동 대부분 정지·취소”

“장려항목에 10년간 투자하면 이윤이 발생한 해부터 3년간 세금 면제….”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올해 1월 베이징에 개설된 조선투자사무소(이하 투자사무소)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한 외국기업과 외국인에 대한 ‘우대정책’의 일부 내용이다.

조선투자사무소는 북한 외자유치기구인 합영투자위원회 소속으로, 북한은 핵실험 직전까지도 이처럼 북중 경협을 통한 투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핵실험을 전후한 시점부터 이 사무소의 활동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23일 북한 내에 있는 외국환 결제은행을 소개한 ‘조선투자에 대한 기타소식’이라는 글이 게재된 이후 7개월 동안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소식이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조선투자사무소 주소지는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베이위안둥루(北苑東路)로, 베이징에서도 꽤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에 찾은 이 사무소는 예상과 달리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사무실 건물 주변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한 환경미화원은 “북한사람들이 여전히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해줬지만, 사무실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출입문 쪽에 설치된 안내대에도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무실 위에 설치된 ‘조선투자사무소’ 간판에는 불이 들어왔다.

사무실은 여전히 운영 중인 것 같았지만, 정상적 업무는 이뤄지는 않는 듯했다.

북한이 중국기업 등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하겠다며 설치한 조선투자사무소의 이같은 ‘개점휴업’ 상태는 핵실험 뒤 형성된 북중 경협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것 같았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황금기에 접어들 것만 같았던 북중 경협은 같은 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올해 2월 핵실험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 중국 대기업들은 앞다퉈 대북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북한은 항구개방 확대, 세금감면 정책 검토 등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핵실험 직후 논의 중이던 대북투자들이 대부분 중단됐고, 북한 경제시찰단의 방중 계획도 줄줄이 취소됐다. 투자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북중 경협의 현실은 양국의 무역통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북중간 무역규모는 총 29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가량 감소했다. 중국의 대북수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14%가량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여온 북중무역 규모가 줄어든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북중 경협의 냉각은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단호한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에 동참했다. 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지난 5월 중국은행의 북한은행에 대한 거래중단 조치는 대북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경제협력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우선 냉각된 정치관계를 먼저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양측도 이 점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북한의 최룡해 군총정치국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이 7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을 맞아 북한을 찾은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보다는 서먹서먹해진 관계를 봉합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그러나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방중 이후에도 여전히 양측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며 특히 “경협분야에서는 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싼 남북회담과 관련해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배경에는 이처럼 꽉 막혀버린 북중경협의 현실이 역설적으로 ‘지렛대’ 작용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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