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기록 되는 심판, 헌재 고심해야”
헌재 ‘속도전’으로 보여선 안 된다는 지적
尹 탄핵심판 접수 64일째…朴 91일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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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두 차례 더 열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초나 중순쯤 헌재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신속 재판’ 기조를 지적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15일 통화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이 이해가 안 간다. 말이 안 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시계까지 동원해 증인 한 명당 신문 시간 90분으로 제약하는 등 재판 진행 속도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진술도 오염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심리 진행 과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8차 변론에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헌재는 추가 변론(9·10차)을 진행하기로 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홍 전 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윤 대통령 측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헌재가 다음달 초 결론을 낼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추가 변론이 잡히며 다음달 중순 선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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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헌재가 ‘속도전’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에 기록되는 탄핵 심판인 만큼 헌재가 시간을 두고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데다 정치적 갈등이 극심한 만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영림(54·사법연수원 30기) 춘천지검장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 직접 출석해 발언하며 책상을 두드리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지층에게 ‘가만히 당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동시에 헌재 심리 진행 과정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지난 8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증인신문 도중,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직접 질의를 못하게 하자 “제가 좀, 본인이 직접 물을 수는 없게 돼 있습니까? 규정상”이라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재에 접수된 지 64일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기각 결정까지 63일이 걸렸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용 결정까지 91일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 경우 주 2~3회씩 기일이 진행돼 총 17회 변론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보여지는 모습이나 품위 등을 고려해 헌재에 출석 자체를 하지 않았던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끝까지 싸우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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