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미중→북중→한미’’한미일·한미중·한중일’ 협력강화中열병식 파격 참석 등 주도적 외교, 미중사이서 협력공간 넓혀남중국해 갈등·새로운 대북접근법 부재’中역할론’ 제약 요소
북핵 해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정상외교와 맞물려 지난 9월부터 큰 출렁임이 일었던 한반도 주변 정세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3일 파격적인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과 이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 같은 달 25일 미중 정상회담, 이달 10일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 등 동북아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외교적 이벤트가 일단 한 순배를 돌았다.
◇주도적 외교 행보…한미일 외에도 한미중·한중일 협력 구축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중간 패권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정부가 주도적 행보를 통해 우리의 ‘외교적 공간’을 넓히고,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에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던 한반도 정세를 미중과의 협력을 통해 다소나마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3일 박 대통령이 미국의 우방국 정상 가운데는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지켜본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일각의 ‘중국 경사론’ 우려에도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억제하고, 북핵 해법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에 중국은 북한에 대해 이른바 ‘중국의 역할’을 통해 나름 성의를 보였다.
중국은 당 창건일 계기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하던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막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며, 또 악화했던 북중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류윈산 상무위원을 평양에 보내 한반도 정세를 다소 진정시키는데 기여했다.
박 대통령은 한편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면 그것이 미국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아주 좋은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는 등 미측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조를 이끌어냈다.
미중간 갈등과 긴장 속에서도 적극적이고 주도적 외교로 한반도의 운명에 사활이 걸린 북핵,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미중 사이의 협력 공간을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는 특히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미중 공조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 서울에서 3년여만에 개최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을 주도적 외교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역내 경제적 협력과 과거가 갈등 완화 등은 물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한미일, 최근 부각되는 한미중 협력과 함께 중요한 소통 채널이다.
미국이 과거사 갈등으로 경색돼온 한일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가운데 한중일 정상회담과 이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은 미측의 희망에도 부합한다.
박 대통령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며 “한미일, 한일중, 한미중 대화 등 3각 대화를 강화하는 것이 역내 협력 강화의 새로운 통로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정세 여전히 유동적…北견인책 미흡, 미중 갈등도 저해요소
그러나 잠시 진정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해 압박과 대화라는 기존 투트랙 기조를 공유했지만,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강도 높게 거론하는 등 북한에 대한 표현 수위도 상당히 강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관계개선에 시동을 건 중국을 의식해 당장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의 관망과 탐색 이후 다시 전략적 도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가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유인하기 위한 새롭고, 과감한 접근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중국의 역할’도 제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7일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중국도 (북한을 설득해) 움직일 여지가 있다”면서 “중국이 만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 유인책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협력 공간을 확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중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해 중간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미일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일부 국가와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는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해 미중간 갈등현안인 사이버 해킹 등에 대해서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공동보조를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받는 상황이 이미 연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열릴 것으로 보이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의 첫 정상회담도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면 한일관계 복원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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