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자’ 입장변화 관심…美, ‘속도조절’ 요구 가능성북미관계, 북일관계 영향 미칠수도…북중관계 변화도 관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전격적인 방남으로 남북간 대화가 복원되면서 북미, 북일, 북중관계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지난 8월 말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종료 이후 계속되던 이른바 ‘유사 안정 상태’(대화도 도발도 없는 상황)가 끝나고 한반도 정세의 기조가 대화 국면으로 일단 전환됐다는 점에서다.
이는 북미, 북중, 북일관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남북관계의 변화가 주변 정세의 변화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6일 “분위기 차원에서 보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남북 간에 어떻게 상황이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북미 관계와 관련,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지적한 억류 미국인 3명 문제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 고려를 할 여지가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한미 양국이 대북공조를 하는 상황을 고려해 북한이 남북관계 발전 차원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에서다.
남북간 대화국면 전환이 곧바로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식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가 한미일 3각 대북공조를 위협할 정도로 진전될 경우 우리측에 속도조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북일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다. 북한의 태도 문제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북일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럴 경우 일본의 소위 대북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일본이 북한과의 납치자 문제 논의에 대해 좀 더 탄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도 중국, 일본 관계 등을 다 보고 이번에 대표단을 보냈을 것”이라면서 “최고위급 인사 파견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한편 북한이 판을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면 중국, 일본에도 메시지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관계의 변화가 한반도 주변 정세에 미칠 영향의 방향과 속도는 근본적으로 남북 양측의 태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상징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 전향적 입장을 보여주느냐가 동북아 질서 전환의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어떤 정책 방향을 취하느냐도 동북아 질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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