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시, 백 편/이숭원 지음/태학사/408쪽/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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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한국인이라면 윤동주(1917~1945)의 ‘서시’(1941년 11월 20일 작)를 한 번쯤은 접했을 터다. 시를 읽으며 왜 스물넷 파릇한 청년이 서두부터 “죽는 날”이란 시어를 떠올렸는지, 대체 어떤 상황에 처했길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는지 궁금한 사람도 많았을 터다. ‘동주 시, 백 편’은 그런 갈증을 가졌을 이들에게 딱 맞는 해설서다. 오는 16일 윤동주 80주기를 앞두고 간행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쓴 ‘초 한 대’부터 일본 유학 시절에 마지막으로 남긴 ‘쉽게 씌어진 시’까지 그의 시 100편과 각각의 시에 대한 어휘 풀이, 해석 등을 함께 담았다. 윤동주의 시를 가슴에 갈무리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터이지만 시어 풀이와 당시 상황 등에 관한 해설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윤동주는 흔히 ‘저항 시인’이라 불린다. 하지만 그는 일본 후쿠오카의 감옥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국내 문단의 문예지 등에 작품을 발표한 적이 없다. ‘항거’를 표방하는 공식적인 대외활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가 ‘저항 시인’인 건 “행동으로 저항한 것이 아니라 고뇌하는 순결한 영혼으로 불의한 시대에 저항”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내성적 지식인의 고뇌”라고 해석한다. “정신을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러워하며, 그 부끄러움의 심정을 정직하게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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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성장기(1934~1937), 연희전문학교 입학기(1938~1939), 번민과 갈등의 시기(1940~1942) 등 세 갈래로 나눠 그의 시를 분석한다. 창작의 순서대로 책을 구성한 거다. 여기에도 까닭이 있다.
윤동주는 거의 모든 시에 창작 시점을 밝혔다. 해당 시기에 관한 자기 생각을 알리려고 의도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일기와 같다. 예컨대 ‘새로운 길’은 1938년 봄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해 가장 먼저 쓴 시다. 새봄을 맞은 스물한 살 젊은이의 순정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4학년 2학기 때 쓴 ‘길’에선 다른 뉘앙스가 풍긴다. 같은 길을 걷지만 이제 그 길은 뭔가를 잃어버린 길, 출구 없는 길이다. 자신 역시 ‘새로운 길’의 “저쪽에 남아 있는” 존재가 돼 버렸다. 저자는 “이처럼 그의 시를 창작 순서대로 읽어야 윤동주라는 한 예민한 자아의 사색 과정과 변화의 내력이 자연스레 파악된다”고 전했다.
2025-02-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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