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류재민 기자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재청은 청와대만 관리하는 청와대청이 아니다”라며 “관리 주체가 어디가 되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 안 한다. 솔직히 힘들고 예산도 많이 들어 맡은 쪽이 손해”라고 말했다. 취임 뒤 처음 공식적으로 언론과 만난 최 청장은 간담회가 사실상의 청와대 관련 청문회가 되자 “다른 얘기를 해 주시면 정책 방향을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 청와대에 방점이 찍혀 있어 아쉽다”고 진땀을 흘렸다.
쏟아지는 청와대 관련 질문에 대해 최 청장을 비롯한 문화재청 임원들은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얘기하기가 어렵다”, “저희가 답변드릴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최 청장에게 쏟아진 질문 대부분을 채수희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장이 대신 답변하기도 했다. 채 단장은 최근 전국공무원노조 문화재청지부가 “문체부 장관의 업무보고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문화재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재계에서도 반대 입장을 내는 상황이다. 문화재위원회 근대분과위원장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청와대 근간을 흔드는 안들이 자꾸 나와서 곤란하다는 게 문화재위원들 입장”이라며 “미술품 하나를 걸어도 벽을 건드리게 되고 조명이나 채광 문제도 있어 근본적으로 내부가 바뀌는데 건물 껍데기만 그대로 있다고 원형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000년 이상 역사 유적이 있는 중요한 국가문화유산인데, 사치와 허영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하는 것은 대응이 잘못됐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연합뉴스
청와대 활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향후 활용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없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 개방 이후 문화재청이 임시로 관리를 맡고 있고, 보존 방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문체부가 갑작스레 미술관 카드를 꺼내면서 갈등이 커졌다. 27대 문화재위원장이었던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전체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가 있어야 한다”면서 “공청회를 거쳐 기본적인 방향을 세워야지 전체 그림 없이 진행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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