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여진 詩 같은 모차르트 들려주다

잘 쓰여진 詩 같은 모차르트 들려주다

입력 2011-04-25 00:00
수정 201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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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

1976년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 피아노를 치는 친오빠와 협연을 펼친 열세살짜리 소녀 바이올리니스트의 솜씨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소문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귀에 들어갔다. 카라얀의 초대를 받은 소녀는 마에스트로와 베를린필 단원 앞에서 바흐의 ‘샤콘’을 연주했다. 넋을 잃고 듣던 카라얀은 소녀를 베를린필의 정식 협연자로 채용하는 한편, 이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초대해 베를린필과 같은 무대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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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여제’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15세 때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표한 첫 음반(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3·5번)으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10대 소녀에게 카라얀은 “세계 3대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이며 경우에 따라서 1인자일지도 모른다.”는 극찬을 했다. 1989년 카라얀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음반과 공연에서 함께했다. 안네 소피 무터(48)의 얘기다.

‘여제’의 위기는 카라얀 사후에 찾아왔다. 정신적 지주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을 터. 그 즈음 스물입곱살 연상인 카라얀의 변호사 데트레프 분더리히와 결혼했다. 세상은 ‘의외의 선택’에 놀랐지만, 두 아이를 낳고 행복했다. 1995년 분더리히가 암으로 숨지면서 또 한번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2002년에는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 재혼했다. 4년 만에 헤어지고 음악적 동지로 남았다.

범접하기 힘든 연주력은 물론, 금발의 아름다운 외모와 짙은 화장, 어깨끈 없는 과감한 드레스 등 음악 외적인 요인으로도 두터운 팬을 확보한 무터가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선다. 2008년 트론하임 솔로이스츠와 내한한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핵심 레퍼토리인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K454를 선보인다. 무터는 “모차르트 음악은 잘 쓰여진 시와 같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간결하게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G장조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등 도 연주한다. 변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선택이다. 깊어진 여제의 품격을 확인할 기회다. 5만~18만원. (02)318-4301.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4-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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