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바꿀 시간줬지만 결국 탄핵 찬성표 던진 롬니 배신감 느낀 트럼프, 조찬기도회서도 우회적 비판 정통 보수정치인의 변신에 미 정가도 놀라
밋 롬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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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 롬니-EPA 연합뉴스
“트럼프의 복수는 롬니부터 시작할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이같이 전했다. 상원 탄핵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란표’를 던진 공화당 밋 롬니 상원위원에 대한 그의 불만이 웬만한 민주당 정치인보다도 더 크다는 후문이기 때문이다. 롬니는 미국 역사상 탄핵심판에서 유일하게 반대당 편에 선 상원의원으로 기록됐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탄핵안이 상원에서 무죄로 결정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했다. 이튿날 백악관에서의 성명에서 그는 “지옥을 거쳐 왔다. 오늘은 축하의 날”이라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백악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공화당 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특히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롬니에게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는 롬니에게 탄핵안 반대의 대오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기보다는 결정을 내릴 시간을 줬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그를 설득하기보다는 스스로 잘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도였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 롬니가 결국 당과 함께 할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같은 동향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롬니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며 결국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를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공화당 안팎의 전언이다. 트럼프는 롬니 의원을 ‘민주당 비밀병기’로 묘사한 1분짜리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고,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도 트위터에 롬니를 비꼬는 글을 올리며 아버지를 지원사격했다.
대선주자로도 올랐던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원로정치인인 롬니의 이번 행동에 놀라움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같은 롬니의 변신에 대해 “그가 최근 몇년 동안 이념적인 원칙주의자로서 귀감이 되기보다는 정치적 카멜레온으로 활동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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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AP 연합뉴스
트럼프는 향후 롬니를 끊임없이 비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자기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앙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르몬교 신자로 자신의 종교를 탄핵 찬성 이유로 거론한 롬니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미 정가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트럼프는 또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자신의 앙숙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종종 대통령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고 말한 바 있어 펠로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공화당 안팎에서는 트럼프의 롬니 공격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롬니의 조카인 로나 롬니 공화당 전국위원장조차 자신의 트위터에 “삼촌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트럼프 곁에 함께 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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