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첫날 뚜껑 열어보니 미적지근 직원은 우왕좌왕 고객은 주저주저

ISA 첫날 뚜껑 열어보니 미적지근 직원은 우왕좌왕 고객은 주저주저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수정 2016-03-1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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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도 은행도 전용창구 한산…일부는 실적 압박에 지인 총동원

하나의 계좌로 예금과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출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은행과 증권사 모두 창구가 한산했고, 상담원의 업무 처리가 아직 능숙하지 않은 탓에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ISA 비과세 한도가 낮아 가입을 주저하는 고객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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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서 ISA 계좌 튼 황교안 총리
은행서 ISA 계좌 튼 황교안 총리 황교안 국무총리가 14일 대전 서구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에서 하영구(뒷줄 오른쪽) 은행연합회장과 이경섭(오른쪽 세 번째) 농협은행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ISA에 가입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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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ISA 1호 강석훈 의원
증권사 ISA 1호 강석훈 의원 강석훈(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황영기(오른쪽) 금융투자협회장과 유상호(왼쪽)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ISA에 가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증권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 1층에 20평 규모의 ISA 개설 전용 창구를 설치하고 5개의 부스에서 고객을 맞았다. 오전 11시까지 30여명이 ISA를 개설하거나 상담을 받았지만 줄을 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다. 앞서 현대증권은 연 5.0%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을 내걸어 지난 13일까지 3만명의 상담 예약자를 모집했지만, 이날 전용 창구는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 본점 창구도 한산했다. ISA 가입을 위해 일부러 증권사를 찾은 고객은 어쩌다 눈에 띄는 정도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입자 대부분이 회사 직원이고 일반 고객은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늘 것으로 기대됐지만 평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날 증권사에서 개설된 ISA는 8000여개로 추산된다.

●석달 뒤 첫 성적표에 관망세도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KB국민은행은 본부 직원 300여명을 전국 영업점에 투입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50여명과 90여명을 내려보냈지만 ISA와 관련해 창구를 찾은 고객은 많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ISA 첫날 가입자 수를 집계해 15일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이 과당경쟁에 경고장을 날렸지만 실적 압박에 시달린 일부 금융사 직원들은 지인들을 총동원했다. 한 시중은행에서 ISA를 개설한 박모(31·여)씨는 “은행원인 친구가 통사정해 가입했다”며 “그 친구도 나중에 (내) 남편이 다니는 증권사의 상품에 가입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과 증권사를 찾은 고객은 상품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가입 시간도 최대 1시간이나 걸렸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ISA 상품을 출시한 금융사는 은행 13곳과 증권사 19곳, 보험사 1곳 등 총 33곳. 아직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지 못한 은행권은 일단 신탁형만 출시했다. 일임형 시장에 먼저 뛰어든 증권사는 예상과 달리 ‘공격’(수익성)보다는 ‘수비’(안정성)에 치중했다. 원금이 보장되는 환매조건부채권이나 파생결합사채(ELB) 등을 주로 ISA에 담은 것이다. 은행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은 별로 담지 않았다. 삼성 등 일부 증권사는 아예 초고위험 상품군을 만들지 않았다. 석 달 뒤 수익률이 공개되면 고객들이 언제든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고객 “설명 부실” “혜택 낮아 실망”

경제적 여력을 갖췄음에도 ISA 가입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낮은 세제 혜택을 걸림돌로 꼽았다. 변호사 오모(37)씨는 “비과세 한도가 5년간 200만원에 불과해 굳이 ISA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통장이 하나로 합쳐지면 금융사 보안 사고 때 한꺼번에 뚫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모(36)씨는 “금융사가 상품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못 하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지켜보고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3-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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