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이 묘하다

커피값이 묘하다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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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값 13% 떨어졌는데 커피값 5% 가까이 올려

국민 한 명이 한 해 338잔이나 마시는 ‘검은 유혹’ 커피. 지난해 원·달러 환율과 국제 거래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원두 수입 가격은 전년보다 13%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5% 가까이 오른 가격에 커피를 마셔야 했다. 환율 하락분이 소비자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2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의 수입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원화 기준으로 117.0이었다. 전년(134.4)보다 12.9% 떨어졌다. 2011년에는 100만원을 주고 커피 원두를 수입했다면 작년에는 87만원으로 하락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의 소비자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는 같은 기간 105.6에서 110.2로 되레 4.4% 올랐다. 커피 전문점이나 다방 등에서 파는 외식 커피의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102.4에서 104.9로 2.4% 상승했다. 수입물가 증감률과 소비자물가 증감률 간의 격차가 인스턴트 커피는 17.3% 포인트, 외식 커피는 15.1% 포인트나 됐다.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79.6%(지난해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2011년 4월 커피믹스 등의 가격을 최고 9.9% 올렸다. 이유는 ‘커피 원두 시세 급등’이었다.

지난해에는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파운드당 1.56달러로 전년 대비 32.6%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해 말 달러당 1070.6원으로 1년 전보다 81.2원(7.6%) 하락했다. 하지만 커피믹스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 제조 원가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서 커피값을 인하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 브랜드들도 수입 가격이 하락했던 지난해 소비자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6월)를 필두로 커피빈(7월), 투썸플레이스(8월), 할리스 커피(9월), 엔제리너스 커피(10월) 등이 아메리카노 가격(작은 사이즈 기준)을 300원씩 인상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4000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다 보니 독과점이 잘 발생하고 그 결과 일부 업체들이 환율 하락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비자단체들과 함께 시장 경쟁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3-0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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