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재정부 내년 성장률 전망치 3.0%… 왜 석달 새 1%P 낮췄나

[뉴스&분석] 재정부 내년 성장률 전망치 3.0%… 왜 석달 새 1%P 낮췄나

입력 2012-12-28 00:00
수정 2012-12-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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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전망 말 바꾼 정부… 대선 끝나니 “3%도 위험”

정부가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내려 잡았다. 불과 석 달 만에 1.0% 포인트나 낮췄다.

지난 9월 새해 예산안을 짜면서 내놓은 ‘4.0% 안팎’ 성장 전망이 장밋빛이라는 비판에 대해 “무리 없는 수준”(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큰소리쳤던 정부는 “3% 성장률도 하방 위험이 더 크다.”(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고 말을 바꿨다. 정부가 대선을 의식해 일부러 부실한 전망을 내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7일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3.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 전망 3.0%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고, 한국은행(3.2%)보다는 낮다. 현대경제연구원(3.1%), LG경제연구원(3.4%) 등 통상 정부보다 비관적인 민간기관보다도 낮다.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내린 까닭에 대해 최상목 국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미국의 ‘재정절벽’(급격한 세금 증가 및 정부 지출 감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신흥국 경제도 선진국과 함께 동반 둔화되는 ‘리커플링’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정부가 첫 전망을 내놓았던 지난 9월 말에도 유로존 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등은 위기 요인으로 누누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박 장관은 지난 10월에 “3분기가 경기의 바닥”이라는 기대감을 시장에 표출했다. 한 나라의 살림살이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정책 당국이 ‘고무줄 분석’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의 ‘성장 전망 대폭 하향’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10포인트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책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재정부 측은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으레 정부 전망치가 낙관적이기 마련”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엿가락 성장률’은 유난히 더 심화됐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예산안 편성 당시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 간의 격차는 평균 1.6% 포인트였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격차는 0.64% 포인트에 불과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전망은 말 그대로 선행해야 하는데 되레 후행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캐나다처럼 민간경제연구소들의 평균 전망치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o295@seoul.co.kr

2012-12-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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