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사표 요구는 관행 아닌 불법”… 코드인사에 철퇴 내렸다

“일괄사표 요구는 관행 아닌 불법”… 코드인사에 철퇴 내렸다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21-02-09 20:50
수정 2021-02-1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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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은경 직권남용죄 인정

후임 내정해 점수조작 지시도 유죄 판단
“선량한 피해자 130명… 폐해 매우 심해”
‘징역 1년 이상’ 양형보다 높은 형량 선고

낙하산 인사 사퇴 촉구 등 여진 가능성
金측 “법리적용 아쉬움… 항소심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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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채…
눈 감은 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내도록 압박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 사건과 같이 (낙하산 인사를 위한)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제출 요구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돼야 할 불법적 관행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김선희)가 김은경(65)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질타했다. 사법부가 문재인 정권 초기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코드 인사’에 대해 ‘불법’이라고 못박으면서 정치권과 행정부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진행된 김 전 장관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김 전 장관의 여러 혐의 가운데 환경부 공공기관 임원 12명에 대해 일괄 사표를 제출하게 한 점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김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임원에 대해 표적감사를 실시하고,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후임으로 내정된 인물이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환경부 국·실장으로 하여금 서류 심사나 면접 심사 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주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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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는 신미숙 전 비서관
귀가하는 신미숙 전 비서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9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장관 측은 “이러한 사표 제출 요구나 공공기관 임원 내정자 지원 행위는 이전 정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이 바뀔 때 일부 기관장이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법이 제정되며 이 사건과 같이 대대적인 사표 제출 관행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설령 이전 정부에서 지원 행위가 있었더라도 명백히 법령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양형 기준에 따른 김 전 장관의 권고형은 징역 1년 이상이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높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적정성·공정성을 상실한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돼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된 사람이 15명, 선량한 피해자인 지원자가 130명에 달한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모든 책임을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선고 직후 “예상치 못한 판결이며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항소심에서 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판결의 여진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임기 전 퇴직을 강요받은 전직 임원들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위법하게 임명된 현직 임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이번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의 입김이 쉽게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여러 사례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사필귀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는다’는 당시 민정수석인 조국 전 장관이 답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21-0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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