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양 ‘물고문’ 비정한 친모 죽음 문턱서 뒤늦은 참회의 눈물

安양 ‘물고문’ 비정한 친모 죽음 문턱서 뒤늦은 참회의 눈물

입력 2016-03-22 16:12
수정 2016-03-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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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에 “하늘 가서 죽은 딸에게 부모로서 못한 책임 다할게”“홀로 남은 막내딸 잘 키워달라”…화장 뒤 무연고자 묘 안치

네 살배기 친딸 안모 양을 ‘물고문’ 해 숨지게 하고, 암매장까지 한 비정한 엄마 한모(36)씨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 순간에서야 뒤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서류상 안양이 입학한 것으로 돼 있는데도 3년째 등교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교육당국의 요청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곁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놓여 있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사’.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자살’로 결론지었다.

한씨는 숨지기 전 남편 안모(38)씨와 친정엄마, 언니, 막내딸, 경찰 앞으로 메모 형식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죽음을 결심한 한씨의 복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씨는 ‘하늘에 가서 죽은 딸에게 부모로서 못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로 가혹행위를 해 생을 마감케 한 딸 안양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면서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 모두가 나의 책임’이라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계부 안씨의 진술에 따르면 한씨는 2011년 12월 중순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서 안양에게 가혹 행위를 가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안양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서야 경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죽음을 결심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후회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자신이 죽은 뒤 남을 어린 막내딸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서 막내딸을 잘 키워달라는 당부를 여러 번 반복했다.

한씨에게는 안양 아래로 올해 네 살이 된 딸이 하나 더 있다. 안양이 숨진 뒤 태어난 의붓여동생이다. 공교롭게도 안양이 친모의 학대로 숨졌던 나이다.

하지만 한씨의 애절한 바람과 달리 막내딸은 졸지에 돌봐줄 손길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아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막내 딸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하는 그룹홈에 맡겨졌다.

엄마 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빠 안씨는 숨진 의붓딸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사체유기)로 구속 수감된 상태라 돌봐줄 수 없는 처지다.

그룹홈은 임시 보호시설이어서 친인척이 대신 키워주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않는다면 막내딸은 장기 보호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그룹홈에 맡겨진 지 닷새가 지나도록 막내딸을 맡아 키우겠다고 연락해 온 친인척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듯 이승에서의 마지막도 쓸쓸했다. 한씨의 유족은 22일 오전 청주 목련공원 화장장에서 그의 시신을 화장했다.

유족은 화장을 마친 한씨의 유골을 목련공원 내 유택동산에 안치했다. 유족이 보관을 희망하지 않거나 무연고자 등의 유골을 한꺼번에 모아 놓는 시설이다.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의 어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는 뒤늦은 후회 속에 스스로 죽음을 택했고, 이제는 한 줌의 재가 돼 이름 모를 유골에 뒤섞여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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