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못 가린다”…4살 딸 가혹행위·암매장 5년 만에 발각

“소변 못 가린다”…4살 딸 가혹행위·암매장 5년 만에 발각

입력 2016-03-20 17:21
수정 2016-03-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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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비정한 친모와 의붓아버지의 범죄 행각이 5년 만에 들통났다.

친모는 취학 대상인데도 입학하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딸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안하다’며 뒤늦게 고개를 떨어뜨린 30대 계부는 암매장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딸을 욕조에 가뒀는데 죽었다’고 했다”며 의붓딸의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단순 아동 학대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도망염려 있다”…청주지법, 사체유기 혐의 계부 영장 발부

청주지법 오택원 판사는 20일 ‘욕조 학대’로 숨진 네 살배기 딸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의붓아버지 안모(38)씨에 대해 경찰이 전날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안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인 뒤 3시간여만인 오후 5시께 영장을 발부했다.

오 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안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아이에게 미안하다. 사망사실을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안씨는 2011년 12월 중순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딸(4)의 시신을 아내 한모(36)씨와 함께 인근 진천군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한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8일 오후 9시 50분께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놓고 나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한씨 유서 내용을 토대로 남편 안씨를 집중추궁해 “5년 전 딸이 숨져 시신을 땅에 묻었다”는 자백을 받았다.

◇ “단순 아동 학대 아닌 살인사건”…경찰 수사 확대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 아동 학대가 아닌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은 사건 담당 부서를 여성청소년계에서 강력계로 이관했다.

안씨로부터 아내가 욕조에서 딸에게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했고 숨진 딸을 이틀 동안 아파트 베란다에 내버려두다 진천의 한 야산에 몰래 묻었다는 진술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사건이 발생한 날 오전 8시에 출근했다가 오후 9시에 퇴근해 딸이 숨진 사실을 아내에게게 전해 들은 것“이라며 의붓딸의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경찰에서 ”애 엄마가 대소변을 못 가린다며 딸을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3∼4차례 집어넣었더니 의식을 잃고 숨졌다“고 밝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씨도 ‘죽일 의도는 없었는데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숨진 딸에게 가혹행위를 했음을 시사했다.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안씨를 상대로 의붓딸의 사망 당시 상황 등을 집중추궁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사건해결의 결정적 열쇠가 될 안 양의 시신을 발굴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시신을 찾아 부검하면 안 양 사망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원인을 밝혀낼 수 있고 안 양이 숨졌을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21일 오전 안씨가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에 대한 수색작업을 재개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7시간30분 동안 경찰관 등 60명과 굴착기 1대를 동원,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시신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애초 안씨의 고향이 진천이어서 이 일대 지리에 익숙한 데다, 그가 직접 이곳을 암매장 장소로 택했다는 점에서 시신 수습이 쉬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암매장이 5년 전 일이고, 새로 농로가 생기는 등 주변 지형이 바뀌어 경찰이 시신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또 유력한 용의자인 친모 한씨가 자살했지만, 진실 규명 차원에서 한씨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 장기결석학생 관리 허점…충북도교육청 긴급 재조사 착수

숨진 안 양이 친모의 거짓 입학 의사 표시로 2014년 A 초등학교에서 학적을 얻어 ‘정원외 관리’ 대상이 됐으나 이런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미취학 아동으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21일 장기결석 및 미취학지 초등학생, 장기결석 및 미진학 중학생에 대한 보고가 빠졌는지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안 양 사례처럼 일선 학교가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면 즉각 소재 파악에 나서고 필요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안 양은 5년 전인 2011년 12월 만 4세로 숨졌지만, 기록상으로는 2014년부터 A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도교육청은 이미 소재가 불분명한 초등학생 1명과 중학생 7명 등 8명을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 숨진 딸 보육원 등 전전하다 가족 품 돌아간지 7개월만에 변 당해

미혼모였던 한씨는 2009년 9월까지 숨진 딸을 일반 가정에 위탁했다.

이어 2011년 4월까지 아동생활시설에 맡겼다가 그해 5월 안씨와 결혼하면서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다.

숨진 안 양은 헤어졌던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비정한 친모와 의붓아버지에 의해 차디찬 야산에 암매장됐다.

한씨는 안씨와의 사이에 낳은 5살짜리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대 공무원 ‘직감’으로 5년 만에 전모 드러나

안씨 범행은 3년째 미취학 아동이 있다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은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직 직원이 딸의 소재와 관련해 말을 바꾸는 안씨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 직원은 지난 17일 오후 5시 40분께 A 초등학교로부터 미취학 아동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안양 소재지에 대한 수소문에 나섰다.

딸의 소재를 묻는 교사의 물음에 안씨는 숨진 딸을 5년 전 암매장하고도 ‘외가에 있다’, ‘고아원에 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해당 교사로부터 이런 말을 전해 들은 이 직원은 ”취학할 때를 3년이나 넘긴 아이가 외가에 그냥 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며 학생의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학부모가 상담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매뉴얼을 따랐다.

범행을 부인하던 안씨도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암매장 사실을 자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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