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전국이 ‘붉은 물결’…기대가 탄식으로

<월드컵2014> 전국이 ‘붉은 물결’…기대가 탄식으로

입력 2014-06-23 00:00
업데이트 2014-06-23 09:1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14 브라질월드컵 2차 조별리그 알제리전이 열린 23일 새벽 전국 곳곳에서는 전날 밤부터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열띤 거리응원전이 펼쳐졌다.

기말고사를 끝낸 대학생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서울 광화문광장(3만9천여명)과 영동대로(2만2천여명)를 비롯해 광주 야구장(1만여명), 부산 해운대해수욕장(4천500여명) 등 전국 20여 곳에 인파가 쏟아져나와 ‘붉은 물결’을 이뤘다.

곳곳에서 비가 내린 궂은 날씨도 이들의 응원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붉은 티셔츠를 갖춰 입고 붉은색 아이템으로 한껏 멋을 낸 시민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응원 프로그램에 맞춰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했다.

경기 시작이 오전 4시여서 응원 뒤 곧장 출근하려는 직장인과 등교를 위해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많았다.

외국인 상당수도 응원에 가세했다. 연세어학당에 다니는 일본인 시오리(21·여)씨와 유미(23·여)씨는 “지난번 러시아전에도 거리에 나왔는데 진짜 재미있었다”며 “오늘도 붉은 티셔츠를 준비해뒀다가 오전 2시에 광화문광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광주의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는 1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해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른 새벽부터 야구장을 찾은 붉은 악마와 시민은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태극전사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붉은악마 부산·영남지부가 응원전을 이끈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는 4천500여 명의 시민이 몰려 붉은 뿔 모양 야광 머리띠가 캄캄한 백사장을 가득 채웠다. 부산 사직야구장에도 전날 자정께부터 4천여명의 응원단이 찾아 전광판 맞은 편을 가득 메웠다.

울산체육공원 호반광장에는 자정부터 시민이 모여들기 시작해 모두 6천여 명이 단체응원을 했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청주실내체육관에 마련한 단체응원장에는 2천여명이 찾았고 충북대학교 대운동장에도 2천여명이 모여 ‘오 필승 코리아’를 소리높여 외쳤다.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는 시민 1천200여명이 모여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고,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와 유성구 월드컵 경기장, 수원월드컵경기장 등지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 밖에도 대규모 거리응원전은 없었지만 강원 춘천 호반체육관, 제주 영화문화예술센터 등지에서도 수백 명씩 단체 관전을 하며 응원 열기를 보탰다.

경기 내내 ‘대∼한민국’을 연호하던 시민들은 태극전사들이 전반에만 3골을 실점하자 침통함에 빠졌다.

전반전이 끝나고 응원장 곳곳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허탈한 모습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손흥민과 구자철의 만회골이 터지자 남은 응원객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응원전을 다시 펼쳤다.

태극전사들의 추격에도 결국 2대 4로 패하자 역전승을 바랐던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다음 벨기에전에서는 선수들이 좀 더 선전하길 기대했다.

연세로에서 만난 직장인 이종혁(28)씨는 “지더라도 경기력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온 보람이 없다”며 “후반에 살아나기는 했지만 전반 내내 슈팅 한번 없었던 게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영동대로에서 응원한 중앙대 경영학과 3학년생 김태권(26)씨는 “처음에 너무 못했고 골키퍼의 위치선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초반에 좀 더 집중해 막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응원 나온 대학생 홍진기(23)씨는 “전반에 개인의 기량이나 팀워크 측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아쉽다”면서 “다음에 열심히 준비해서 꼭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텅 비었던 지난 러시아전 때와는 달리 거리응원장 인근 상점은 빈자리 없이 들어차는 등 오랜만에 ‘월드컵 특수’를 누렸다. 영동대로에서 “치킨 한 마리 1만원”이라고 외치던 한 상인은 “오늘은 장사가 잘돼 오전 3시 전까지 50마리 넘게 팔았다”며 활짝 웃었다.

응원 열기 속에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시민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음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 10여명은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천만인 서명 마음을 모아주세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명 동참을 호소했다.

’노란손수건’ 대표 정세경(45·여)씨는 “사고 발생 100일이 되기 전까지 1천만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를 알리고 서명을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