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일째. 온 국민을 울린 참담한 비극은 일상에 매몰돼 살던 소시민들의 생각과 마음가짐도 바꿔놓았다.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고된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고, 내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
울부짖는 아버지, 어머니의 절규를 바라보며 눈물짓던 수많은 부모의 시선은 자연스레 내 아들과 딸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재잘거림이 그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축복의 메아리임을 알게 했다.
두 자녀를 둔 주부 박모(45·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씨는 “교복을 입고 길을 가는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 더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술이 좋아서, 일에 쫓겨서 밤늦게 귀가하던 아버지는 일을 마치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자녀와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춘기 이후 자녀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표현도 잦아졌다.
공무원 최모(44·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는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에 모든 행동을 조심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득 ‘공부하라’는 말 말고는 자식에게 해준 얘기가 없었고, 진지하게 눈을 맞추려고 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엄하기로 소문나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청주 모 중학교 이모(51) 교사는 요 며칠 숙제 검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에게 “너희가 있어 행복하고 고맙다”는 말을 습관처럼 전했다.
그러나 좀체 믿기 어려운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불현듯 엄습하는 숙연함 때문에 무거운 마음은 털어내기 어렵다.
직장인 최모(26·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씨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죄책감이 들고는 한다”며 “항상 스스로를 달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사고 수습에 쩔쩔매는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에 분노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못 믿을 대한민국에 사느니 차라리 이민을 떠나겠다는 가시 돋친 푸념이 터져 나올 정도다.
시민 이모(50·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후진국에서나 나올법한 이런 사고가 어떻게 한국에서 터지냐는 외국인 친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비통한 참사 앞에 분노와 두려움, 사랑과 연민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아주대학교 김경일 심리학과 교수는 “주변 상황에 감사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슬픔을 이겨내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안타까운 건 우리 사회가 꼭 대형 참사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라며 “공생에서 존재의 가치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권정혜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로 잠재돼 있던 우울한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며 “극도의 심리적 불안함으로 일생생활로의 복귀가 힘들거나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고된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고, 내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
울부짖는 아버지, 어머니의 절규를 바라보며 눈물짓던 수많은 부모의 시선은 자연스레 내 아들과 딸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재잘거림이 그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축복의 메아리임을 알게 했다.
두 자녀를 둔 주부 박모(45·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씨는 “교복을 입고 길을 가는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며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 더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술이 좋아서, 일에 쫓겨서 밤늦게 귀가하던 아버지는 일을 마치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자녀와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춘기 이후 자녀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표현도 잦아졌다.
공무원 최모(44·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는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에 모든 행동을 조심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득 ‘공부하라’는 말 말고는 자식에게 해준 얘기가 없었고, 진지하게 눈을 맞추려고 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엄하기로 소문나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청주 모 중학교 이모(51) 교사는 요 며칠 숙제 검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에게 “너희가 있어 행복하고 고맙다”는 말을 습관처럼 전했다.
그러나 좀체 믿기 어려운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불현듯 엄습하는 숙연함 때문에 무거운 마음은 털어내기 어렵다.
직장인 최모(26·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씨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은 죄책감이 들고는 한다”며 “항상 스스로를 달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사고 수습에 쩔쩔매는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에 분노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못 믿을 대한민국에 사느니 차라리 이민을 떠나겠다는 가시 돋친 푸념이 터져 나올 정도다.
시민 이모(50·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후진국에서나 나올법한 이런 사고가 어떻게 한국에서 터지냐는 외국인 친구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비통한 참사 앞에 분노와 두려움, 사랑과 연민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아주대학교 김경일 심리학과 교수는 “주변 상황에 감사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슬픔을 이겨내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안타까운 건 우리 사회가 꼭 대형 참사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라며 “공생에서 존재의 가치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권정혜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로 잠재돼 있던 우울한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며 “극도의 심리적 불안함으로 일생생활로의 복귀가 힘들거나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