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천태만상…모럴해저드·반인륜 행태까지

증권범죄 천태만상…모럴해저드·반인륜 행태까지

입력 2013-08-20 00:00
업데이트 2013-08-20 14:0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합수단, ‘개미’ 보호하고 조작꾼은 빠르고 엄하게 처벌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출범 후 100일간 수사를 벌여 사법처리한 주가조작 사범들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의 수법들을 보였다.

회사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이 사채업자와 전문 주가조작꾼을 끌어들여 주가조작에 나서는 것은 예삿일이고 허위 보도자료를 내거나 친형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주식을 팔아치워 거액의 이득을 챙긴 사범들도 적발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회삿돈을 유용하거나 호화 생활을 누리는 등 심각한 모럴해저드까지 보였다.

◇증권범죄 수법도 가지가지 = 합수단이 출범 이래 처음 사법처리한 사례는 전 코스닥 상장사 엘앤피아너스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다.

최대주주 이모씨 등은 사채업자와 시세조종 전문가, 증권회사 직원들이 뭉친 외부의 4개 전문팀과 연계해 일사불란하게 주가조작에 나서 9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전 코스닥 상장사 아인스엠앤엠의 사주 이모(43)씨는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회사 건물 지하에 ‘작업실’을 마련, 전문 주가조작꾼을 고용해 ‘작업’했다. 이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범행을 이어간 대담함을 보였다.

한때 속옷 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친 코스피 상장사 쌍방울의 전 대주주들도 주가조작에 나서 주가를 3천695원에서 1만3천500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띄웠다. 주가조작 가담 인원만 무려 16명이며 현재까지 확인된 부당이득금은 359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 지아이바이오의 최대주주 및 전·현직 임원들은 ‘테마주 업체’ 회사들을 인수한 뒤 허위 공시·보도자료를 유포해 주가를 띄워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테마주로 편입한 자회사의 췌장암 치료 신약개발 임상시험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스티브 잡스에게 임상시험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회사가 상장폐기 위기에 처했는데도 친인척 명의로 68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 거주하고 해외를 다니며 고급차를 리스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겼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글로스텍의 전·현직 경영진은 자기자본 없이 사채만으로 회사를 인수했다가 결국 회사를 상장폐지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특히 대표이사는 자신의 단골 유흥주점 상무를 신규사업영업팀 이사에, 내연녀는 신규사업개발팀 본부장에, 내연녀 삼촌은 계열사 사업팀 이사에 각각 등재하고 허위 임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 8억여원을 횡령했다. 유흥주점 상무에게는 자신의 술값 명목으로, 내연녀와 그 삼촌에게는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대줬다.

잇속에 눈이 멀어 친형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주식을 팔아치운 예당컴퍼니 대표도 적발됐다.

이 회사 대표인 변차섭씨는 전 예당컴퍼니 회장이자 친형인 변두섭씨가 예당빌딩 지하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 이를 외부에 알리기 전에 주가하락으로 발생할 손해를 피하려고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변씨는 빌딩 지하에 형의 시신이 목을 매단 상태로 있었음에도 유족과 경찰에 알리거나 시신을 수습하기는 커녕 같은 건물 3층에서 주식 매각 방법을 궁리하는 등 반인륜적 행태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범죄 대응에 효과보인 합수단 = 합수단 출범과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증권범죄 적발부터 사법처리까지의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종래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심리를 한 사건이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를 거쳐 검찰까지 넘어오는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패스트트랙을 통해 이첩 기간이 평균 2.5∼4개월로 줄었다.

금감원과 예보, 한국거래소, 국세청 등 참여 기관들의 역량이 집중된 만큼 합수단의 사건 처리 기간도 접수 후 평균 26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2년 서울중앙지검이 평균 124일을 걸려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한 것과 비교하면 5배가량 빨라진 것이다.

증권범죄를 근절한다는 각오로 출범한 합수단은 핵심 피의자들에는 구속수사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구속기소 비율을 51.7%로 끌어올렸다. 최근 3년 내 증권범죄 사범의 구속 비율이 4.9%에 그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아진 수치다.

덕분에 자본 시장에서 정화 효과도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서 합수단 발족 전후 3개월간의 ‘불공정거래 심리종목 발생 건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월평균 32건에서 24건으로 25%가 줄었다. 시세조종성 주문이 집중될 경우 거래자에게 자동 경고를 보내는 ‘불공정 예방조치 건수’도 합수단 출범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합수단은 횡령·배임 등 소액주주의 손해와 직결되는 범죄는 이득금을 해당 법인에 반환토록 해 소액주주 피해자들의 재산상 손실을 보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합수단 내에 ‘신고센터’를 운영하는가 하면 상장폐지 업체에 대한 회계 분석을 통해 상폐 결정 후 1∼2개월 내에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

합수단은 앞으로도 최근 신설된 금감원 특별조사국 및 향후 신설 예정인 금융위 조사과, 한국거래소 특별심리부와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증권 범죄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